「Turron」(투론) 「Polvrones」(폴보로네스)는 아몬드와 설탕 혹은 꿀 계란이 배합된 매우 달콤한 쿠키다.
성탄절이 되면 스페인 가정에서는 큰 쟁반에 투론과 폴보로네스를 가득 담아놓고 식후 디저트로 즐긴다. 독일지역 영향을 받아 마지판(Mazapan)도 대중적 성탄과자이다.
지난 7월부터 무역상담역을 맡아 주한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부에 근무하는 마리아 까라스꼬(Maria Carrasco Linares)양. 그녀는 스페인의 경우 24일 저녁, 크리스마스 이브가 온 가족이 함께 모이고 성탄의 기쁨을 나눈 하이라이트라고 소개한다. 저녁을 나눈 후 자정미사(Misa del gallo)에 참례하는 것은 스페인의 오래된 성탄 전통이다.
까라스꼬양의 가족 역시 매년 성탄절이 되면 함께 칠면조요리 등 특별요리를 나눈후 자정미사에 참석하곤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조부모가 연로해지신 관계로 그같은「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한국에 온 이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까라스꼬양은 그런면에서 스페인집에서 보낸 금년 성탄절이 여느 성탄절때보다 무척이나 소중하고 뜻깊게 여겨진다고 말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성탄절 의미를 보다 진하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12월 31일도 비슷한 모습이 벌어진다. 가족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새해를 함께 맞는 광경은 미국 등 북미지역등지에서 친구들과 요란하게 연말을 지내는 모습과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스페인사회가 가정을 중요시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까라스꼬양은 또한 1월 6일 주님 공현대축일을 기념하는 전통을 들려줬는데 대개 이날 스페인 가정에서는 가족끼리 선물을 교환하고 특별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1월 6일 전날밤 식구들은 자신의 신발을 거실 등에 놓으면서 부모 혹은 형제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당사자들의 신발곁에 둔다. 1월 6일 아침이 되면 일제히 선물을 풀고「로스콘(Roscon)」이라고 하는 빵으로 함께 식사를 한다.
이 빵은 커다란 도너츠 모양으로 생겼는데 반죽안에 땅콩, 작은 반지, 작은 동물모양 액세서리 등이 들어있다. 빵을 먹다가 이것을 발견한 이들은 새해에 행운이 깃든다는 뜻으로 여겨져 온 가족의 축하를 받곤한다.
선물에 대한 기대 때문에 잠을 자지 않고 주님의공현대축일이 밝아지기를 기다렸던 어릴적 추억을 얘기해준 까라스꼬양은 엘베렌(El Belen)이라고 불리는 말구유를 집안에 꾸미는 것도 성탄절에 빼놓을 수 없는 스페인 풍습이라고 말한다.
가톨릭국가답게 크리스마스는 온 국가의 큰 축일로써 아직까지도 그 의미는 가정과 교회가 중심이라고 밝힌 까라스꼬양. 그러나 상업화 영향을 받아 그 의미가 단순히「휴일」로「선물교환」의 날로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스페인정부 상무부소속인 그녀는 국제무역 연수 일환으로 1년 기한으로 한국 발령을 받았다.
[대림절특집/세계 가정의 성탄절] 4 - 까라스꼬양이 들려주는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가족과 함께 식사후 자정미사 참례
국가의 큰 축일로 가정·교회가 중심
「투론」「폴보로네스」특히 즐겨
주님공현대축일에도 가족끼리 선물교환
발행일1998-12-20 [제2132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