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장세련(아녜스·울산 병영본당)씨가 장편 소년소설「종소리를 따라간 아이」(아동문예 간)를 냈다. 88년 부산가톨릭 문우회 공모에서 동화「꿈꾸는 소나무」가 우수상을 받고, 같은 해 제16회 창주문학상에 동화「소녀의 무지개」가 당선되면서 아동문학에 발을 들인지 10년만의 첫 작품집이다.
이 책은 천주교 신자인 다현이와 스님을 아버지로 두고 있는 용득이를 중심으로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우정과 사랑, 종교적 이해와 역사 인식 등을 그리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용득이는 말을 더듬고 가끔「땡중」이라 놀림을 받지만 생각이 깊고 자기 주장이 확실한 소년이다. 한가지 소원은 연지암의 주지스님인 아버지의 낡고 작은 암자를 새로 지어주는 것. 용득이와 같은 반인 다현이는 용득이의 마음 씀씀이와 아이 같지 않은 깊은 생각 등에 이끌려 그를 따른다. 고아원 출신으로 사회적응이 어려운 가혜, 용득이를 괴롭히면서도 좋아하는 기태 등의 인물설정도 재미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내 준 조별 숙제인 환경지도를 만들기 위해 연지암 근처에 있는 백운사를 찾은 아이들은 더럽혀진 절터를 보고, 일제시대 없어진 종에 얽힌 전설을 듣게 된다. 신비의 종을 숨겼다고 무참하게 죽음을 당한 스님,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 종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던 이야기 등.
그런데 용득이는 어느 날 그 종소리가 울려옴을 느낀다. 특히 참혹하게 죽은 스님들이 생각나고 가슴이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얼마 후 용득이는 연못에서 익사체로 발견되고 시체를 건지는 과정에서 전설의 종도 발견된다. 신비의 종을 찾기 위해, 그 종소리에 이끌려 연못 속으로 들어간 용득이를 기리며 많은 신자들의 도움으로 연지암을 새로 짓게 된다는 이야기는 또 다른 한 편의 전설을 낳고 있다.
다양한 생활환경과 종교를 가진 아이들이 서로 시기하고 괴롭히면서도 나름의 우정과 사랑을 키우는 이야기, 불교과 가톨릭의 자연스런 만남과 이해, 역사 속 일제의 만행과 문화재 보호 정신 등 탄탄한 줄거리와 교훈을 지닌 소년소설이다. 무엇보다 재미와 흥미를 더하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이 읽어도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동화를 쓰는지도 모르겠다는 장세련씨는「처음엔 내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동화였다」고 말한다. 날마다 자동차와 회색 건물만 바라보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자연을, 순수를, 사랑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그러나 동화를 쓰면서 잃어버린 세계로 돌아가 있는 작가 자신을 보는 행복에 젖기도 한다고. 출판기념회 수익금과 책 판매 수입금은 무의탁 청소년시설「은총의 집」에 모두 보내고 있다. 그 동안 써놓은 동화들을 묶어 내년에 단행본으로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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