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회가 흔치 않았던 시절. 우리 사회에서 「야학」이란 두 글자만으로도 희망을 상징하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야학(夜學)은 음지에서 배움에 대한 한(恨)을 곱새기던 이웃들에게 포부와 꿈을 갖게 하는 보금자리였다.
대구지역 대표적인 야학인 「새얼학교」(교장=채창락 신부)가 선지 올해로 20년. 그러나 그 세월 뒤엔 20년을 한결같이 새얼학교를 지켜온 「지킴이」가 있다. 대구 효성여중 윤종우(아우구스티노) 교사가 그 주인공.
『출생과 성장환경이 다른 학생들을 한곳에서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요. 대학생 교사들과 의견차이로 애를 먹을 땐 마음고생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가 학생들을 좀 더 잘 가르치고 학교를 발전시키려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그 순간이 행복하게 생각됩니다』.
박봉인 수입이지만 남몰래 털어놓은 주머니돈도 적지 않았다. 운영회비에다 교사들 회식비는 윤교사 차지.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그를 이해하고 참아준 아내가 있었기에 봉사하는 삶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야학을 마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인사 올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군요』. 졸업한 학생이 잊지 않고 보내준 편지 한통에도 그는 감격해했다. 새얼학교 동창회나 졸업식에서 제자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기다려는지는 것도 이런 마음에서다.
바쁜 외중에도 본당 편협회장을 맡아 4년간 일했고 대구대교구 주일학교 교장연합회, 꾸르실료 시무국 임원 등으로 숨은 교회일꾼 노릇을 해왔다. 이런 정성 때문이었을까. 윤교사 부부는 지난해 3월 교황이 주는 「축복장」을 함께 받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윤교사가 어려움을 이기고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의 학비지원을 위해 모아놓은 장학금이 1천3백여만 원. 지난 89년 당시 교장이던 최홍길 신부(현 가톨릭신문사 사장)가 교포사목을 떠나면서 내놓은 100만 원이 기틀이 돼 각계의 도움으로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대학진학생들에게 5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학생 수도 줄고 교사를 하려는 봉사자도 예전만 못합니다. 사회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윤교사는 그래서 앞으로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려는 중년과 여성위주로 교과과정을 개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학비를 내기 어려운 몇몇 학생들을 남몰래 도와주며 봉사와 나눔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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