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폴! / 나도 당신처럼 강을 / 회심(回心)의 일터로 삼습니다. … 이런 내가 당신을 따라 / 강에 나아갑니다 / 당신의 그 단순하고 소박한 / 수행(修行)을 흉내라도 내 가노라면 / 당신이 그 어느 날 지친 끝에 / 고대하던 사랑의 화신을 만나듯 / 나의 시도 구원의 빛을 보리라는 / 그런 바람과 믿음 속에서 / 당신을 따라 강에 나아갑니다.’ (‘그리스도 폴의 江’ 프롤로그 중)
한국 문학과 가톨릭 문단의 거장, 구상(세례자 요한?1919~2004) 시인의 탄생 90주년 및 선종 5주기(5월 11일)를 맞아 시인의 연작시집 「그리스도 폴의 江」(홍성사/144쪽/8000원)이 재출간됐다.
시인의 대표적인 신앙시로 꼽히는 ‘그리스도 폴의 江’은 그가 1970년대 ‘江’이라는 제목의 연작으로 처음 발표하기 시작한 것으로, 1975년 성바오로출판사가 펴낸 「구상문학선」에서 연작 10편을 선보인 바 있다. 이후 1980년대 ‘그리스도 폴의 江’으로 제목을 바꿔 50편이 더 연재됐고, 2004년 간행된 「구상문학총서」 3권에 5편의 시가 추가되며 총 65편으로 연작이 확정됐다. 연작시 65편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집에 해설을 붙인 문학평론가 이숭원 교수(서울여대 국문과)는 “구상 선생은 구도적 수행의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것은 둘이 아니다’는 ‘不二’(불이)란 진리의 체현에 도달했다”며 “이것은 단순한 사변이나 머리 굴림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는 점에서 선생의 시는 감동을 주는 시가 아니라 실천을 요구하는 시”라고 평했다.
한편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회장 김상훈 베드로)와 선생이 타계 직전 30년 동안 살았던 ‘서울시 영등포구’(구청장 김형수 프란치스코)는 올 한해 ‘구상문학상’ 제정, ‘구상문학축제’ 개최, ‘구상문학공원’ 조성 등 시인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1919년 서울 이화동에서 태어나 함경 원산에서 자란 구상 선생은 1941년 일본 니혼대 전문부 종교과를 졸업하고, ‘북선매일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며 20여년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대구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서울대, 서강대, 가톨릭대 신학대학원, 미국 하와이대 등에서 강의했고, 중앙대 문예창착과 대우교수를 지내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프랑스에서 뽑은 세계 200대 문인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발탁된 구상 시인은 월남 후 「연작시 강」, 「초토의 시」, 「그리스도 폴의 강」 등 10여 편이 넘는 시집과 수상집, 수필집을 냈으며, 서울시문화상·대한민국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금성화랑무공훈장·국민훈장동백장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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