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교황 성 대 그레고리오 1세
<지난호에서 계속>
성인은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으나 남긴 작품들은 거의 사목적이었다. 그는 교회 전례와 성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고 동방 교회와 기타 여러 지역 교회와 관계를 정상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특히 아우구스띠노 수사를 중심으로 40명의 수사들을 영국에 파견하여 복음을 전하게 하였고 섹슨족, 프랑크족, 롬바르드족 등 여러 민족들과 종족들의 문화와 기질의 차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수용함으로써 다소 시간은 걸렸으나 가톨릭이란 이름에 걸맞는 포용정책을 펴나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로마 교회와 수도원 제도는 전통적인 문화의 빈곤을 느끼던 여러 민족에게 그리스도교 유산을 전해줄 수 있었고 교황의 가르침이 기도생활과 수도생활 그리고 그리스도교 수덕생활에 관한 지침서처럼 인정되었다. 그 당시 여러 민족을 수용한 유럽 교회는 대중적인 면에서 지적으로나 영적으로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있었다. 이런 면에서 그는 교부시대에 속하지만 중세기 전체에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신분이었다. 성직자, 수사, 수녀, 평신도는 각 신분에 맞는 신원을 보유했으며 각 신원에 고유한 영성이 발전하게 되었다. 평신도 중에서도 일반 신자와 보다 열심한 신자로 구분되었고 그들은 세례 받기 전에 신앙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 당시 일부 이교인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혼인의 불가해소성과 목적 그리고 성실성의 의무를 강조하는 혼인의 지식을 배우고 미신과 마술을 끊고 하느님의 길을 걷는 여러 가지 방법을 조금씩 배워 익혀나갔다.
한편 경건한 신자들은 과거의 생활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참회하고 수도원 주위에 머물면서 신앙생활을 심화시켜 나갔다. 그들은 평신도 특권층을 형성하기도 하였다. 신도들은 수도원의 기도시간에 참여하여 함께 기도하고 검소한 생활을 지향하였다. 그리하여 소박한 옷차림을 하였고 독신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기혼자들도 혼인의 의무를 충실히 해나갔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후대에 생긴 제3회원이나 재속 수도회원들의 생활양식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그들 중의 무식한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나 성모의 호칭기도나 주님의 기도 또는 성모송을 여러 번 바치는 기도서가 생겨났다.
그 시대는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대였다. 따라서 성직자들의 생활도 안정적이지 못하였는데 교황 그레고리오 1세의 가르침에 의해 주교를 중심으로 하는 사제단이 강화되었고 성무일도 기도와 사목활동, 즉 전례거행, 성사 집전 및 설교 등을 위한 성당이 지정되어 사제들이 배치되었다. 이리하여 사제들의 영성생활이 강조되었다.
이 시대의 영성에 큰 기여를 한 베네딕도 수도회는 전체 교회에 수덕생활의 모범이었다. 그 이유는 많은 주교들이 수도자 출신들이어서 훌륭한 사제 생활과 성사 집전 그리고 설교 등으로 교회를 이끌어 나갔기 때문이다. 주교들은 엄격한 수도생활을 하던 수도자들에게는 하느님의 사랑과 인간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도록 권고하였고 일반 신자들에게는 육체노동을 신성시하여 그리스도교 사랑과 수행생활의 표시가 된다고 강조하였으며 공적인 전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종합적으로 보건대 교황 대 그레고리오는 자신의 영성에 바탕을 둔 발전적이고 풍요로운 기초를 놓은 위대한 영성가이자 교회의 훌륭한 지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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