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은 한국 주교회의가 정한 제7회 농민주일이다. 교회가 이처럼 농민주일을 제정한 이유는 신자유주의의 격랑에 휘말려 고통받고 있는 농민의 아픔을 나누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명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농촌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농가부채 가구당 2038만원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농가경제 조사결과」는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볼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르면 농가 가구당 소득은 2390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3150만원의 75.9%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격차는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이래 사상최대이다. 농가부채도 2000년 말에 2000만원을 넘어선 이래 계속 증가세를 보여 2001년에는 2038만원으로 나타났다.
농가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농촌인구의 고령화 또한 큰 문제다. 지난 30년간 농가인구는 연평균 35만명씩 감소, 2000년 말 현재 403만명으로 전체인구의 8.6%를 차지했다. 1970년 이후 약 1천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그나마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의 55.4%는 60세 이상 노인이다. 과연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우리의 농촌은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UR협상 타결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을 통한 농업시장 개방, 값싼 중국 농산물의 국내시장 침투 등은 농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의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그간 도.농 교류활성화, 친환경농법 보급 등을 통해 이름 그대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발로 뛰고 있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1994년 출범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본부는 쌀 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2004년까지 10년간 300여 개의 도.농공동체 결성과 연대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가톨릭농민회와 협력, 11개 교구본부 120여 개의 농촌생산자공동체와 우리농상설매장.주말장터 등의 활동을 펼치는 도시생활공동체 184개를 갖추고 도.농 교류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명동 하늘땅물벗 직매장 등 우리농매장 중심의 물류사업도 성장, 2001년에는 매출규모가 41억원에 달했다.
도.농 생활나눔도 전개
최근 들어 우리농은 초기 물적 교류에 치중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도.농 생활나눔의 정착」 차원에서 오리?우렁이 봉헌, 풍년기원미사, 농민주일 교환방문 등을 통한 질적 나눔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질적 나눔의 증가는 도.농 연대를 강화하고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업」이라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농촌 전반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한 친환경농업과 계약생산으로 생산자인 농민이 농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유기농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농촌문제 해결에는 한계
하지만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농촌의 고충을 해소시켜줄 해결책이 되기는 힘에 겨워 보인다.
우선 농업과 농촌, 농민의 문제가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인 추세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교회내 한 단체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타종교 농민?시민단체와 연대해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수입농산물 검역강화, WTO협상 반대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농촌문제의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신자들의 의식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값싼 수입농산물이 식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논리가 우선한 도시현대인들의 사고에 값비싼 우리농 유기농산물이 파고들 틈은 없다. 본당 내의 우리농매장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 역시 본당주임신부나 신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에만 유지?활동이 가능하며 본당내의 호응이 없으면 운영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흐름 안에서 우리 농촌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교회 또는 시민단체만의 「부르짖음」으로는 농촌을 살리기 어렵다. 범국민적인 차원의 농촌살리기운동 확산과 더불어 정부의 현실적인 농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으로 대표되는 가톨릭교회의 운동은 이제 그 자리를 차츰 잡아가고 있다. 이제 탄탄히 자리잡은 기반을 발판 삼아 우리 신자들이 나설 때이다. 우리 교회가 먼저 좀더 열린 사고와 인식을 갖고 농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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