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의사는 덧붙입니다. 『벌써 두 달째 기아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200명 정도가 병원에 실려 왔는데 이제는 겨우 5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움직이질 않고 있습니다.
당국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구호물자와 봉사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거나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너무 부족합니다. 만일 제대로만 보살펴준다면 여기 있는 어른들의 45%는 살아날 수 있을 것이며, 어린이들은 1주일만 제대로 치료한다면 거의 다 살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게 우리들 몇 사람에게 맡겨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입니다. 현재 14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암스테르담에서 수단으로 오려고 하고 있으나 입국비자를 발급해 주질 않아 못 오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조직적인 방해야말로 한 민족에게 가하는 보다 치명적인 무기가 아니겠습니까? 비용도 적게 들고 소리소문도 나지 않지만 매우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겠습니까?
1998년 2월 수단 정부는 전쟁이라는 이유로 난민들에 대한 모든 구호활동을 중단했습니다. 다만 국제기구들과 교회만이 이 지역의 처참한 기아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개입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이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연명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종교ㆍ민족ㆍ석유가 전쟁 불러
지난 2월 정부는 코르도판과 다르퓨에 살고 있는 아랍족들을 부추겨 딩카족들의 땅을 정복하도록 하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가옥을 불 지르고 가축들을 약탈하며 땅을 빼앗고 야수 같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여인과 어린 소녀들까지 제물로 삼았습니다. 어린이들을 이슬람화하는 교육을 시켜 마치 노예처럼 팔려고 닥치는 대로 잡아갔습니다.
이렇게 하여 가엾은 딩카족은 모든 것을 빼앗겼습니다. 그들은 땅을 버리고 도망갈 수 밖에 없었고 와우를 향한 긴 피난의 길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몇 주, 심지어는 몇 달을 걸어가며 길에서 뜯을 수 있는 풀뿌리, 나뭇잎 등으로 연명하면서 말입니다.
왜 정부는 수단의 남부를 지배하는 것에 대해 그토록 집착하고 있을까요? 수단정부는 딩카족들이 소유하고 있는 땅에서 발견된 석유에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석유를 팔아 딩카족 출신의 쟌가란(John Garan)이 이끄는 반군을 공격할 수 있는 군수품과 무기를 얻게 되었다고 공언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단 남부의 사람들은 『정부는 우리의 피보다 석유가 더 값지다고 여기는가?』라고 반문합니다.
이 참상의 또 다른 이유는 군인들의 강탈로부터 기인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비록 한 달이 더 걸리더라도 국제 단체들은 계속 원조물자를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이런 원조품들이 군인들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그들 역시 굶주리기는 매일반이기 때문입니다.
이웃 나라 우간다로 피난을 갔던 7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역시 그곳에서 창궐하는 반군들을 피해 이곳 난민수용소 근처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여기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주교님은 제게 『매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로 도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큰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위생과 의료의 수단이 턱없이 부족하며, 결핵ㆍ피부병ㆍ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이 크게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동안 와우에서 일한 한 수녀님이 제게 말씀하십니다. 『이런 비극은 정말 처음 봅니다. 지난 1월 반군들의 공세가 있은 후 지금까지 적어도 4만 명의 희생자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밤이면 군인들이 민가에 침입해 딩카족 젊은이들을 잡아 가지만 이들을 어디로 끌고가 어떻게 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들 살해되어 어느 큰 구덩이 속에 버려진다는 소문만 흉흉합니다』
딩카족 병사 하나가 내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적개심에 가득차 들려주었습니다.『이슬람 정부는 우리를 까부수기 위해서 우리 땅과 가축을 훔쳤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 「기아」라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밭의 거름을 위해서 우리들을 죽이고 우리 시체를 퇴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구없는 암흑
엄마의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 땅을 파고 있은 두 어린이를 보았습니다. 이 아이들의 내일은 무엇입니까? 한 나이 어린 엄마를 보았습니다. 이름은 레베카이고 나이는 열다섯 살, 젖가슴은 마치 터져 버린 자루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는데 어린 아들은 이것을 붙들고 칭얼대고, 안타까운 엄마는 아무 소용도 없는 줄 알면서 한 방울의 젖이라도 짜겠다는 듯이 아이의 입에 물려주는 모습은 눈시울을 붉히게 합니다. 어린 엄마는 슬픔 가득한 얼굴로 자기 아들을 바라보며 울먹이는 소리로 내게 힘겹게 말했습니다. 『레반 마피』(젖이 나오질 않아요).
종교ㆍ국제단체의 원조만이 유일한 생명선
아이들에게 주려고 가져 간 우유는 이미 동이 났습니다. 아마 몇 톤의 우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모자랐을 것입니다.
세계식량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조종사는 내게 말했습니다. 『정부의 방해로 우리의 식량공수는 한 달 이상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착륙할 수 없는 마을은 하늘에서 식량을 그냥 뿌립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은 식량을 줍기 위해서 그곳까지 갈 힘이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식량자루에 맞아 죽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어린이 그리고 노인들이 며칠씩 걸려 식량이 투하되는 곳까지 필사적으로 찾아가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강자가 이기는 힘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어서 약한 이들이 도착할 즈음이면 이미 힘센 이들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한 이후입니다. 허망할 정도로 쇠약해진 그들은 비행기에서 투하되는 식량 아니면 죽음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 누워 어떤 것이 먼저 올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곳의 이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약 1억4천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매일 1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전쟁이 15년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닙니다. 만일 3개월만 휴전을 하고 전쟁의 비용을 절약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전쟁을 끝낸다면 기아의 문제는 영구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가련한 백성들의 피보다는 석유가 훨씬 더 가치로운가 봅니다.
IMF때문에 어려운 한국의 경제 상황은 소식을 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간청합니다. 지금 여기서는 하루에도 수백 명이 제 눈앞에서 굶어 죽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도 무기력한 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이 굶어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십시오. 그리고 도와주세요, 우리의 작은 정성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구합니다.
▶도움 주실 분=국민은행 090-25-0011-136 예금주 : 아프리카 선교후원회
[공야고보 수사의 선교 리포트] 대학살의 땅 아프리카 수단 (하)
하루에 수백명씩 굶어 죽어…"어렵지만 도와주세요"
당국, 보안을 이유로 구호품ㆍ봉사자 입국 봉쇄
매일 수천 명 난민 수용소로…머물 공간마저 부족
단지 「석유」때문에 전쟁…무기 아끼기 위해 굶겨 죽여
발행일1998-11-01 [제2125호, 16면]

▲ 뼈만 남은 어린이. 이들에겐 먹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