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신심을 생활로
제44차 세계 성체대회를 개최했던 한국교회는 이대회를 하나의 행사로서 끝 낼 것이 아니라 성찬례의 깊은 뜻을 실제 삶과 연결시키자는 취지로 한마음 한몸운동을 출범시켰다.
한마디로 한마음한몸운동은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일상의 삶 안에서 구현해 나가자는 생활실천운동인 셈이다.
당시 한국교회는 "교리는 있지만 믿음은 약하고 신심은 있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며 열심한 개개인 신자는 있지만 진정한 사귐과 나눔이 있는 공동체는 드물며 동시에 세상과 인간에 대한 헌신, 믿음과 실제의 삶이 유리된 한국적 상황" 에서 이를 깨칠 결집된 힘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한마음 한몸운동이었다.
이런 바탕위에서 출발한 한마음한몸운동은 그동안 한국교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한국적 신심운동임을 자임하며 생활실천운동, 또 교회의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으로서 굳건한 자리매김을 해 왔다.
2000년 동안 교회를 살아 움직이게 한 신비적 힘이 성찬례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성체신심의 생활화를 통해 그리스도의 신비를 나눠온 한마음한몸운동이야말로 한국교회 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헌미헌금운동
한마음한몸운동의 핵심이랄 수 있는 헌미헌금은 신앙선조들이 매 끼니 때마다 쌀 한줌씩을 떼어내어 굶는 이웃들과 나누어 왔던 것을 신자들이 생활로써 이어받아 실천하자는 운동.
따라서 헌미헌금은 '남는 것' 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것을 떼어 놓는 신앙표현으로서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헌미헌금이 생명의 나눔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봉헌의 하나이기에 '자신을 인간 구원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그리스도' 를 따르는 방법의 하나로 매년 5월과 9월, 2회에 걸쳐 공동 봉헌해 오고 있다.
이렇게 봉헌된 기금은 국내외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인종, 종교, 국적을 초월하여 인간 개발적인 차원에서 지원된다.
특히 헌미헌금으로 모아진 사랑은 지난 수년전부터 수해와 가뭄 등이 겹쳐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들에게도 식량을 제공,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많은 기여를 해 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헌미헌금운동을 통해 국내외에 지원된 총 금액은 45억 6천여만원에 달하고 있다.
장기기증운동
완전히 실명한 사람 가운데서도 상당한 부분의 실명자들이 다른사람으로부터 깨끗한 각막을 이식받을 경우 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각막이식은 안구의 수급이 원활해야 이뤄 질 수 있는 법. 그래서 자진해서 기증되는 안구가 가장 요망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은 이런 헌안운동과 함께 헌혈, 골수기증, 각종장기 기증 등을 통해 생명의 나눔을 실천해 오고 있다. 생명의 위협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장기를 기증, 생명을 나누는 일은 성체성사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가장 훌륭한 일.
따라서 한마음한몸운동은 아직 유교적인 사상에 젖어 망설이고 있는 신자들에게 장기기증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생명나눔, 사랑나눔을 구현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환경운동
생활실천운동으로 시작된 환경보전운동은 자연도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구원된 질서안에서 자연을 대하자는 신앙운동이다. 창조질서를 바로잡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하느님이 뜻하신 바를 이루는 우리의 책임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고 실천하는 운동.
일반신자들을 대상으로 천주교 환경학교를 개설해 왔으며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연학교, 환경단체들이 연대해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다루는 푸르름을 만드는 잔치, 천주교 환경상 시상, 자연사랑 이야기 공모 등 수많은 교육과 행사등을 개설하거나 개최,환경보전의 정신을 홍보하고 인식시켜 나가고 있다.
생명운동
한마음한몸운동에서 생명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인간생명이 모든 가치관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데서 출발한다.
교회는 처음부터 모든 존재에 생명을 주신 하느님만이 생명의 주인이며 '생명을 택하는 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신명기 30,19)이라고 가르쳐 왔다. 생명운동은 심각한 생명경시풍조 속에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새롭게 하고 생명의 존엄함과 그에 대한 가치관을 변화시키고자 시작한 운동.
인간생명존엄성을 위한 교육으로 참 생명학교 8주간, 지역별 단기강좌, 분야별 전문교육, 청소년 성교육 지도자 연수, 생명수호를 위한 심포지엄과 캠페인 등에 나서는 한편 낙태방지, 인공수정, 뇌사 등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문제에 그리스도적인 생명관에 입각, 적극적인 관심을 표출시켜 가고 있다.
우리농촌 살리기운동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도시와 농촌이 힘을 합쳐 땅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며 우리모두 함께 살기 위한 생명운동이자 공동체운동이다.
영농의욕을 상실한 농민이 농촌을 떠나면 우리의 밥상은 농약투성이의 수입농산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다. 또 농업의 파괴는 민족문화의 보고이자 정신문화의 모태를 파괴하는 일이기에 농촌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생산공동체는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생활공동체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자는 것이 우리농운동이다. 현재 한마음한몸운동은 농촌학교와 환경학교를 개설하고 있으며 수도권 생협을 통해 도농 직거래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전 교회차원의 한마음한몸운동
한마음한몸운동은 지난 10년간 성체대회의 정신을 계승, 이를 신자들이 생활속에서 실천 할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운동차원이었지 그 자체로서의 사업적인 성격을 띤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한마음한몸운동은 앞으로도 한국교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한국적 신심운동이며 생활실천운동으로서 지속적이며 발전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운동의 본질적인 정신은 2천년동안 하루도 그치지 않고 지속되어온 빵을 떼어 나누는 성찬례의 정신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마음한몸운동은 분명히 단순한 사회사업이 아니라 성체성사에 대한 믿음을 실생활로 살아가는 생활실천운동이다.
한 교회 관계자는 『성체대회 당시 전교회적인 운동으로 시작된 이 운동이 지금 서울대교구만의 운동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스캔들』이라고 강변하고 이싿.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면서 지속적인 성찬의 삶을 살자고 결단을 내렷던 한국교회가 성체대회가 끝났다고해서 슬그머니 깃발을 내린 것은 참으로 복음적인 결단이었는지 반문해 봐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대희년에는 한국교회 전체가 희년의 정신에 맞게 한마음한몸운동을 어떤 모습으로든지 새롭게 부활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공동체 회복에 관심을
한마음한몸운동이 현재 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와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통합움직임은 국내원조문제 등 사업의 중복성 문제와 효과적인 일의 추진 등을 위해 발전적인 방향에서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아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한ㅂ마음한몸운동도 헌미헌금운동과 장기기증운동 등 처음부터 시작해온 고유사업을 비롯 시대적인 필요에 따라 추가하게 된 사업들을 새롭게 정립,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대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사업으로 시작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환경보전운동, 생명운동(낙태방지운동), 북한동포돕기운동을 비롯 더욱 심각한 지경에 빠지고 있는 가정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여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도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가정공동체를 튼튼하게 재건시켜야 할 의무를 교회가 지니고 있기에 한마음한몸운동도 여기에 각별한 관심이 요청되고 있다.
한마음 한몸운동 연구소 설치 필요
한마음한몸운동의 책심이랄 수 있는 헌미헌금운동이 「한줌의 쌀 예수님 몫으로」라는 정신에서 점차 형식적인 운동으로 변질돼 가고 있는 점을 감안, 이 운동이 영성의 바탕위에서 이뤄질 수 잇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시기구로 한마음한몸운동 연구소를 설치, 깊이 있는 영성의 바탕위에서 한마음한몸운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례적인 나눔실천 차원을 넘어서는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는 정신, 그 정신을 살려나가려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며 이런 연구를 통해 이 운동이 더욱 한국적인 영성운동으로 토착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왜 이운동을 전개하는지 영성적으로 깨닫게 될 때 한마음한몸운동은 세계교회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적인 영성운동, 생활실천운동이 될 것이다.
한마음한몸운동 성과
▲ 국내외 원조액 : 45억 6천만원
- 국내 20억 8천 9백만원
- 북한 12억 4천 5백만원
- 해외 12억 2천 5백안원
▲ 장기기증 (98·8월31일 현재)
헌안등록-8055명
각막이식수술건수-1272건
각막기증자수-1152명(적출수 2275건)
뇌사자 장기이식-92건(신장-69, 간-21, 심장-1, 췌장-1)
조혈모세포은행-지원자수 13658명, 이식수 32명.
헌혈자수-11만3천5백33명.
▲ 농촌학교(98년 6월 현재)
9기까지 900명 수료
▲생명학교(98년 7월 7일 현재)
제10기에 걸쳐 730명 수료
◈ 한마음한몸운동 10주년 주요 연혁
1987·11·11 성체대회 준비위원회 「한마음 한몸」운동 발의
1988·10·10 추계 주교총회에서 보고 및 전담체제 설립발표
(성체대회 준비위원회 사무총장 강우일 주교, 본부장 오태순 신부 임명)
1988·10·16 대전에서 한국 성체대회 개최·한마음한몸운동 정신을 구체적으로 제시
1989·1·5 사무국 설치(사도회관 1층)
1989·1·21 추진결의대회(체조경기장 1만7천여명 참석)
1989·6·24 입양결연추진대회(사랑의부모맺기, 동성고등학교)
1989·7·17 헌혈잔치(체조 경기장 2만여명 참가, 5천명 헌혈)
1989·10·8 세계성체대회 장엄미사시 한마음한몸 운동 추진실적 봉헌
1989·11 추계 주교회의에서 한마음한몸 운동 전국본부 해산. 교구별 의사에 따라 추진키로 함.
1990·1·12 서울교구 본부로 재발족
1990·1·22 기구개편(원조심의위원회, 생활실천부, 봉사부, 연구조사부, 재정부 신설)
1990·4·28 교구본부 발기미사(명동 문화관)
1991·3·27 제1회 한가족 만찬시행(매년 1최 실시)
1991·5 헌미헌금 봉헌의 달(5월과 9월, 연 2회 실시)
1992·3·4 제1기 천주교 환경학교 개강
1992·6·6 제1회 푸르름을 만드는 잔치(이후 매년 개최)
1993·3 헌미헌금 스티커 10만장 배포
1993·6·6 제1회 천주교 환경상 및 자연사랑 이야기 시상
1994·3·23 교구청 조직개편 사회사목부로 편입(담당주교 최창무 주교 취임)
1994·10·14 우리농촌살리기 서울교구본부 창립대회 미사
1995·11·5 골수기증운동 추가사업으로 착수
1996·6·2 천주교 환경 감시단 발족, 천주교 청년 환경봉사단 창단
1996·6·5 환경운동관련 국무총리 단체 표창 수상
1996·7·2· 「한마음한몸」마크업무표장 등록출원
1996·7·6 제1회 농민주일 기념대회 및 우리농수도권 생협발기인대회
1996·10·4 재단법인 설립인가(문화체육부)
1996·10·24 재단법인 법원등기 필
1997·6·14 10주년 준비 학술 심포지엄
[특집] 한마음한몸운동 10주년을 결산한다
한국적 신심 토대 … 새로운 '생활실천운동' 으로 자리매김
발행일1998-10-25 [제2124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