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성월을 맞아 교회내 순교자기념관 순례에 나서보자. 순교자기념관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신앙 선조들의 굳은 신심과 신앙의 열정을 체감할 수 있는 곳. 순교기념관 순례는 부산 오륜대 순교자기념관과 대구 관덕정을 시작으로 서울 절두산ㆍ서소문 순교자기념관과 선종완 신부 기념관, 언양본당 신앙유물 전시관 순으로 소개된다.
◆오륜대 순교자기념관
구월산을 올려다 보며 우거진 수풀이 마치 잘 가꾸어진 휴양지에 온 듯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부산 오륜대 순교자 기념관(부산시 금정구 부곡 3동)은 우선 푸른 녹지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지난 30년간 순교복자수녀회원들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성모상과 그리스도상이 반갑게 방문객을 맞는다. 『우리는 순교자의 후손』 『순교자의 피는 교우들의 씨앗』이라고 적힌 돌 비문이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게 만든다.
『순교기념관이라기 보다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홍은순 원장수녀의 말처럼 오륜대 순교자기념관은 소장품으로 볼 때 국내 최고의 기념관으로 꼽힌다. 소장품의 다양함에서 그렇고 희귀성에서도 그렇다.
이곳은 특히 「형구(刑具)」를 최초로 복원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71년 김옥희 수녀(현 기념관 관장)가 박해 당시 순교자들을 처형하는데 사용했던 「형구」를 연구하면서 사료를 수집하고 사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국내 최초로 형구를 복원해낸 것. 이후 다른 순교기념관과 민속촌 등 관련 기관에서 제작된 형구의 모델이 됐음은 물론이다.
기념관 1층은 국내 4대 박해를 한눈에 일별할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실물 크기의 1/4로 축소 제작된 「대들보사형틀」은 보기에도 섬짓함을 느끼지만 당시 순교자들의 불굴의 신앙을 엿보게 하는 귀중한 사료. 지난해 9월부터 특별 전시되고 있는 중국조선족 신앙유물, 안중근(도마) 의사 자료도 1층에 자리하고 있다.
2, 3층의 민속자료실은 오륜대 순교기념관만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 비록 교회유물은 아니지만 의복, 고서(古書) 등 선조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민속품들은 학습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
특히 조선 말기 의왕(義王)이 사용하던 원유관, 조선시대 왕과 대군의 상복(常服)인 자적용포, 윤비가 입었던 치마 끝단에 붙였던 용문금박의 스란단 등 10여 점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유물로 88년 올림픽과 건국 50주년을 기념해 국립민속박물관이 개최한 전시회에서 내외국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성모성년 특별전시실, 선교2백주년 기념실이 있는 2층엔 파리외방전교회와 다산 정약용(요한), 장하상(바오로), 일본에서 순교한 한국인 순교자들에 관한 사료들과 최양업 신부 및 김대건 신부 일대기성화전이 특별 전시되고 있다.
김대건 신부의 유품중에는 친필서간과 무덤에 덮었던 횡대, 다산 정약용, 성 장시매온 주교와 권일신의 십자가, 윤봉문의 위장 교리서 등 희귀한 자료들이 풍부하게 전시돼 있다.
기념관 성당을 끼고 왼편으로 돌아가면 십자가의 길과 묵주의 길이 나오고 그 위로 1868년 6월 수원장대에서 군문효수에 처해진 이정식, 이관복 일가를 포함한 8명의 순교자 무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오륜대에는 이들의 순교를 기념해 1백주년이 되는 1968년 순교복자수녀회 분원이 설립됐고 각고의 노력 끝에 82년 9월 순교자기념관을 완공했다.
수녀원측은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 특별 전시실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 하지만 경비부담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이 많다. 『소장된 유물의 가치에 비하면 공간도 협소하고 냉온방 등 보존환경도 미흡해 전시의 효과를 높일 수 없어요. 기증하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죠』.
본원의 지원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꾸려나가는 살림에 어려움이 많아 수녀원측은 오는 20일 김대건 신부 및 최양업 신부 특별전시실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연다.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피에서 탄생했습니다. 귀한 유물들을 간직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 필요합니다』
(051)582-2920.
[순교자성월 특집 - 국내 순교기념관 순례] 오륜대 순교자기념관
유물 면에서 “국내 최고”자부
순교자는 민족의 빛
희귀 민속자료도 자랑거리
원유관ㆍ스란단 등 독점 소장
순교자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국내 최초 「형구」복원에 성공
김대건 신부ㆍ최양업 신부
특별 전시실 마련 위해
20일 기금모금 바자 열어
발행일1998-09-13 [제2119호, 10면]

▲ 소장 유물면에서 국내 최고인 부산 오륜대 순교자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