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대기업의 퇴출로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 실직자 대책은 이제 일부 계층에 대한 비상대책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반에 걸친 장기적이고 상시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교회내의 실직자 대책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왔으나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는 경제난과 실직자 양산은 나눔 실천을 위한 모든 신자들의 적극적 자세를 더욱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단지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정신 자세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의 모색과 함께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새로운 정신적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우리의 자세를 점검 하고 현재까지 이뤄진 교회의 실직자 돕기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를 살펴본다.
경제 상황과 실직자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내의 실직자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가장 기초 조직인 본당 차원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본당에서 관할 지역 내 실직자들을 위한 갖가지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실직자 돕기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실직자 쉼터. 현재 교회 내에만 10여개의 쉼터가 교구나 본당, 수도회, 복지관 등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3곳의 쉼터를 마련하기로 했고 명동성당은 구내에 쉼터를 개설, 현재 운영 중이다. 이에 불광동본당이 「바다의 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리본당은 인근 지역에서 처음으로 쉼터를 열고 시청측의 행정적 지원과 관심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조 체제 속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원교구에서는 전진상 사회복지관이 20평 규모의 쉼터를 마련했고 사회복음화원이 교구내 1지구와 함께 화서동에 쉼터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교구는 최근 실직자 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첫 사업으로 동암역과 부평역 인근에 40평ㆍ50평 규모의 쉼터 장서를 마련, 개원식을 가질 예정이다.
마산교구 창원 가톨릭 사회교육회관도 4월 중순 50평 규모로 정보 제공과 도서열람, 휴게실과 상담실을 갖춘 「늘 푸른 쉼터」를 개원했다.
각 본당에서의 실직자 돕기는 우선적으로 기금 마련이나 봉급 나누기 등으로 시작됐다. 수원교구 송탄본당에서 처음 실시, 크게 호응을 얻으며 확산된 「사랑의 봉급나누기」는 실직자 돕기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서울 신당동본당도 실직 가정을 돕기 위한 회원 가입 운동을 벌여 신자와 인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 평협은 이러한 취지의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실직자를 위한 사랑 나누기 운동」을 일제히 전개하기로 결의했고 이에 따라 실직자 돕기 회원가입가 2차 헌금, 성금 모금, 수익 사업 등 다양한 방법을 본당별로 모색하고 있다.
실직기금은 기본적인 교무금과 헌금 일부 적립과 함께 행사들을 통해 마련된다. 서울 창동본당은 지난 2월부터 교무금과 헌금 일부를 실직 및 장학기금으로 조성했으며 용산본당은 불우이웃돕기의 일환인 한마당 큰잔치의 수익금을 실직자 가정 돕기에 활용키로 했다. 번동본당은 본당 전체 차원의 2차 헌금을 활용하고 특히 구역별로 적극적인 이웃돕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학동본당은 최근 매주일 본당 신자 중 자영업자들의 물품 판매장을 마련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불광동본당은 매주일 벼룩장터를 개설하고 2차 헌금, 실직자녀 학자금 보조 등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갈현동본당은 지난 5월부터 40여명의 결식 아동에게 매월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재정적 지원 외에도 맞벌이 부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방 개설에도 여러 본당에서 나서고 있다. 서울 신림4동본당은 현직 교사와 대학생 등을 강사로 중1부터 고1까지 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개별 본당의 움직임은 지구별로도 이어져 서울 6지구 10개본당은 외국인 실직노동자들을 위한 성금을 모아 기탁했고 13지구에서는 지구 차원의 구인구직 사랑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각 본당마다 본당 조직내에 「실직자 대책 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에서만 본당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본당이 10여개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각 실직자들의 실제 생활 영역인 본당에서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는 것은 현재 IMF 체제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고 취업이나 생활 여건이 호전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소지가 훨씬 많아 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보다 효과적인 실직자 돕기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쉼터의 경우 상당한 재정과 인력이 소요되지만 실제로 이용자수가 한계에 부딪혀 있어 활발한 이용을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고 가장 절실한 요구인 재취업과 관련한 구인구직 알선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한 인력 수요가 한정돼 있어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본당 차원에서의 대책들도 기금 마련과 지원, 특별 행사 등에 국한되고 실직자들의 정신적 공황이나 영적ㆍ사목적 배려에 대한 효과적인 방안이 아직까지는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각 본당별로 관할 지역내의 정확한 실직 가정 현황 및 실태 파악, 실직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가장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욕구 조사, 실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정신적 공허감에 대한 영적 지도 방안 등 전체적인 대안 수립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개별적인 움직임을 지원하고 정보와 경험을 교류할 수 있도록 센터 등의 형식을 통해 연계를 갖고 보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직자 돕기 현황과 문제
“기금 마련이 최선?” 효과적인 대책없나
쉼터 이용 소극적…취업 알선 한정…정신은 황폐해지고…
서울ㆍ대구ㆍ수원ㆍ마산 등서 쉼터10여개 운영
본당차원 2차헌금 봉급나누기 수익사업 전개
공부방 운영ㆍ외국인 노동자 돕기도
발행일1998-07-12 [제2110호, 11면]

▲ 송탄본당 「실직자를 위한 봉급나누기 일만원」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