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던 평양에서는 수녀님이 타고 계신 이런 휠체어를 본적이 없습네다"
지난 5월 13일 정오 무렵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맞닿은 중국 단동땅 북한식당 '청류관' 여종업원의 이 말은 한국 작은예수 수녀회 원장 윤석인 예수다윗보나 수녀를 보고 지르는 탄성이었다.
사업 또는 관광차 찾아오는 남쪽사람들을 무수히 보아온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눈에도 휠체어에 누워 식당문을 들어서는 한국 장애인 수녀 일행의 방문은 뜻밖이었다.
'15주년사 자료수집'을 위한 보나수녀 일행의 이번 중국 단동방문은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안 보이는 우리의 참모습입니다'라는 기치아래 장애인복지 활동에 앞장서 온 작은예수회가 15주년을 맞아 미국, 브라질, 중국에 설립된 해외전초기지 중 하나인 중국 장애인 재활시설을 둘러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작은예수회 재속3회원으로 이 회사 부사장으로 파견된 강중건 루도비꼬형제와 함옥숙 데레사 부부 선교사를 격려하는 것도 보나수녀의 임무중 하나였다.
보나수녀가 찾아간 곳은 1997년 12월 14일 작은 예수회장 박성구 신부와 요녕성교구장 김페헌 주교가 함께한 가운데 축복식을 가진 좥단동천의공예품유한공사(丹東天意工藝品有限公司)좦라는 한.중 합자회사. 작은 예수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미국 LA에 그룹홈 형태의 장애인 재활시설 설립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 브라질 상파울로에 설립한 행려인 식당과 더불어 3곳의 해외진출 시설 중 하나다.
한국과 중국의 사랑나눔을 통해 북한 신의주와 인접한 중국 요녕성은 물론 중국대륙에 한국과 중국의 장애인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삶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이 공장은 현재 장애인을 포함, 7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매월 양초 1만 2000개를 생산해 낼 수 있으나 중국 현지의 주문량이 워낙 소량일 뿐만아니라 만만찮은 물류비용 때문에 수익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초판매금으로 회사를 운영중인 강부사장은 "작은예수회가 1만자루씩 대량으로 수입해가는 덕분으로 그나마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장애인재활을 돕고 나아가 선교활동 지원 차원에서 국내 각 본당에서 양초를 많이 구입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양초 중 일부는 국내 작은예수회 회원들의 단식봉헌금으로 북한주민들에게 보내져 북녘땅 어둔 밤을 밝혀주고 있다. 이번 보나수녀 일행의 단동방문 셋째날인 5월 14일에는 '평북 0-0000'넘버를 단 북한측 10t트럭을 통해 식량 및 양초가 북한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11일 오후 5시발 인천-단동행 페리호(東方明珠 )에 올라탈 때부터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보나수녀 일행은 20시간 가까운 긴 항해 끝에 닿은 단동에서 일주일의 일정을 보내고 17일 오후 인천항을 통해 귀국했다.
13세 이후 37년 동안 휠체어에 누워 화가로서 또한 수도자로서 인고의 길을 걷고 있는 보나수녀와 그 일행의 이번 단동 방문은 북한식당 여종업원은 물론 수많은 중국인들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바로 강 건너 신의주 땅을 바라보며 '압록강 끊어진 철교'를 그리는 휠체어에 누운 장애인수녀 주위에는 금새 수많은 중국인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민족통일의 염원을 그려나가던 보나수녀의 일주일 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케 한 여행이었다.
휠체어를 여럿이 함께 들고 배를 오르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수녀복 차림 그대로 휠체어에 누워 인력거를 타고 단동시내를 질주한 그 자체가 '함께 삶의 기쁨을!!'이라는 작은 예수회의 영성을 보여주었다.
◆ 인터뷰 - 작은예수회 회장 박성구 신부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곧 안보이는 우리의 참 모습입니다”
작은예수회 활동은 ‘사랑나눔 운동’
소외된 장애인 복지 위해 15년 헌신
『장애인들과 「함께 삶의 기쁨을」추구해 온 작은 예수회의 15년은 건물로서의 성전건립ㅇ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의 성전을 세워나온 역사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확실한 기쁨으로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야 된다는 얘기지요. 그것도 적극적으로 예수님의 냄새가 짙게 나도록 살아야 합니다』
6월 7일 설립 15주년을 맞는 작은예수회 회장 박성구 신부의 말이다. 『우리가 사는 것은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우리를 살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박신부는 20여년간 교구 소속 사제로 살아오다가 종신서원한 정식 수도자로 다시 살아가는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법정 수련기간을 거쳐 청빈, 정결, 순명을 서원한 박신부의 일과는 하루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기도하고 일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장애인은 모든 인간이 영적 장애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박신부는 1984년 성산동본당 주임시절 어느 장애인부부와의 만남으로 작은 예수회가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도움 요청에 아무런 응답을 해주지 못하고 돌아온 그날 밤 강도를 만난 착한 사마라아 사람의 성경이야기 속에서 강도만난 이를 외면하고 돌아간 그 사제가 자신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으로 태동된 것이 바로 「작은예수회」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인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박신부는 당시 국내에서는 드문 『그룹홈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힌다. 함께 사는 장애인의 수효가 늘어나면서 인격을 갖춘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9명 안팎이 적정 인원임을 깨닫고 소그룹 형태로 분리해나갔다고.
국내 10만여 회원들의 후원아래 33개 공동체에 3천여명의 대가족으로 성장한 작은 예수회의 창설자인 박신부는 『예수 자체로 살아갈 것을 목표로 하는 예수살기 정신의 확산과 더불어 이같은 영성을 가르치는 성당 및 피정의 집을 겸비한 함께 사는 영성원 건립이 당면한 목표』라고 밝힌다.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안 보이는 우리의 참모습입니다」라는 영성을 바탕으로 15년 동안 줄곧 고통받고 소외된 장애인 복지를 위해 뛰어온 박신부는 『작은예수회의 활동은 한마디로 사랑나눔운동』이라며 보다 많은 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연락전화 (02) 777-6444~7.
◆ 작은예수회 약사(略史)<,strong>
83년 장애인 부부와의 만남에서 시작
33개 공동체 3천명 대가족으로 성장
오는 6월 7일 설립 15주년을 맞는 작은예수회는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안 보이는 우리의 참모습입니다」라는 기치 아래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국내외에서 하느님을 증거하고 있다.
창립자 박성구(요셉) 신부가 1983년 10월 의지할 곳 없는 한 장애인 부부와의 만남이 동기가 되어 설립된 작은예수회는 현재 45명의 수도자를 비롯 전국적으로 33개 소공동체에 3천여명의 대가족이 「고통받는 이들과 빵을 나누는 자체가 선교」라는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에도 눈을 돌려 중국 단동에 천의유한공사를 설립, 중국의 장애인재활을 돕고 있으며 브라질에도 행려인을 위한 식당인 작은예수 소망의 집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특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미국땅 LA지역에 「패밀리 홈」설립을 추진 중이다.
10만여명의 후원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함께 삶의 기쁨을」깊이 인식하고 뜻을 같이 해주는 소공동체에 셋집과 생활비를 제공하고 있는 작은예수회는 이들 소공동체들의 자립을 도와주고 있다.
작은예수회 창립부터 오늘까지
▲ 1984년 6월 경기도 운정지역에서 사랑의 집 개원 ▲ 84년 12월 작은 예수회로 개칭 ▲ 86년 9월 서울 성동구 군자동으로 이전 ▲ 87년 10월 제1회 한국장애인복지대회 개최 ▲ 88년 2월 봉헌자회 1기 봉헌식 ▲ 88년 5월 현리 형제공동체건물 기공식 ▲ 89년 11월 현리 금요철야기도회 시작 ▲ 89년 1월 명동 사무실 개설, 첫 장애인소공동체 성남분원 개원 ▲ 89년 11월 안산 한마음봉제공장 설립 ▲ 89년 12월 양초공장 축성 ▲ 90년 4월 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 발대식 ▲ 90년 5월 행려인식당 작은 소망의 집 개원 ▲ 90년 8월 기쁜 우리샘물 공장설립 ▲ 91년 1월 작은 예수회 성령쇄신봉사회 설립 ▲ 90년 5월 음악선교단 창단 ▲ 91년 5월, 12월 서울 자양동, 화곡동 공동체 개원 ▲ 92년 12월 작은 소망의 집 행려인숙소 개원 ▲ 92년 12월 작은예수 수도회, 수녀회 창설 및 1기 수련식 ▲ 93년 8월 도서출판 작은예수 설립 ▲ 94년 작은예수 재속3회 설립 ▲ 94년 12월 작은예수 수도회, 수녀회 1기 첫 서원식 ▲ 95년 7월 브라질 작은예수회 사회복지법인 설립 ▲ 96년 9월 브라질 행려인 식당, 요양원 기공식 ▲ 97년 4월 작은예수 신앙소공동체 운동 시작 ▲ 97년 5월 중국단동공동체 천의유한공사로 개원 ▲ 97년 7월 기쁜 우리복지관 개관, 청소년음악선교단 창단, 홍보실 개설 ▲ 97년 12월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http://www.littlejesus.co.kr) ▲ 98년 4월 「함께 사는 세상 이야기」잡지 창간 ▲ 98년 5월 예수살기 영성세미나 시작 ▲ 98년 7월 미국 작은예수회 설립 ▲98년 8월 작은예수 수도회 및 수녀회 성소후원회 설립 ▲98년 10월 가양동 철야기도회 시작.
작은예수회 중국 단동을 가다 - 본사 최홍국 취재본부장 동행 취재기
중국 땅에 울린 '함께 삶의 기쁨'
발행일1999-05-30 [제2153호,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