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의 배경·신앙 공통점
● 가톨릭신자 구성상…중산층화 현상
● 무속·토정비결 등…혼합주의 신앙
●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의 괴리…습관적 신앙생활 유지
들어가는 말
오늘의 사회는 그어느 때보다 급속히 변하고 있다. 또한 사회변동은 어느 한 부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의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나며, 그 속도 또한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물론 그들의 관심이나 이해관계도 크게 달라지고 있으며 다양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사목방법에서의 변화를 요구한다. 소위 "탈(脫)현대사회"로 일컬어지는 오늘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전통사회나 산업사회의 사목방법으로는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
효율적 사목을 위해서는 사회적 상황과 함께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현상에 관한 자료의 수집과 분석 방법인 사회조사는 교회의 운영에서도 크게 활용될 필요가 있다.
사회조사 방법의 적용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사회조사 방법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전개된 사회복음운동 (Social Gospel Movement)부터였다.
그리스도교 정신을 사회 속에 구현시키기 위해 전개된 이 운동에서는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에 앞서 사회조사를 시행하였으며, 그후 이 방법은 교회운영과 선교활동에 널리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20세기 초 구라파에서도 나타났다. 즉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는 1920년대부터 교회운영과 사목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신자들의 사회적 배경과 생활 실태 및 그들의 욕구를 사회조사에 의해 파악하기 시작하였으며, 그후 이 방법은 교회가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데에도 적용되었다.
사회조사 방법이 한국교회에서 최초로 활용된 것은 1962년 인천교구 화수동 본당의 설정을 책임맡았던 미국 메리놀회 선교신부들이 본당 설정에 앞서 그의 타당성과 선교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지역사회 실태조사를 시행하면서 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실상을 사회조사를 통해 총체적으로 분석코자 한 것은 한국 주교회의와 메리놀회 등의 연구비 지원 아래 서강대학교 사회문제연구소에서 주관하였던 "한국가톨릭종교사회조사"(1971)가 처음이었다.
이 연구는 조사의 기술적 문제와 관련하여 교회 안팎으로 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행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조사사업이었다.
한국교회의 위상과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는 한국천주교회 창설 2백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하여 실시되었던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 사회조사"였다.
안으로는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의 새로운 모습을 지향하고 밖으로는 온 겨레에게 그리스도의 빛과 생명을 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던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위원회"에서는 조사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조사분과를 설치하고, 성직자, 신학생, 일반 신자 등을 대상으로 12개 분과에서 의뢰한 내용을 체계화된 방법에 따라 조사하였다.
이때 출판된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 사회조사보고서"(1985)는 80년대 초 한국교회와 관련된 태도조사 결과를 제공해 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2백주년 기념으로 가톨릭농민회에서 시행하였던 "한국천주교 농촌공소 실태조사 연구보고서"(1984)도 급속한 도시화과정에서 나타난 농촌공소의 실태와 문제점을 경험적 방법을 통해 밝혀 냈다는 점에서 사목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다양한 연구성과
이들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한국교회에서는 수 많은 사회조사들이 행해졌다.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조사사업들이 교구나 본당 또는 활동단체들의 주관으로 시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여러 형태의 보고서로 출판되었다.
이 가운데 주목할만한 것으로는 가톨릭신문사에서 창간 60주년 기념으로 실시했던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1988 을 들 수 있다.
이 조사보고서는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러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하여 체계적으로 구명코자 하였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사목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후에 시행된 교회 안팎의 많은 사회조사에서도 참고로 이용되고 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회내에서의 조사활동은 보다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가톨릭신문사에서 행한 조사방법을 교구나 본당에 적용함으로써 사목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한 연구와,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그중에서 제44차 세계성체대회준비위원회 신심분과에서 시행한 "한국교회의 성체성사"(1990)와 광주대교구에서 시행한 "천주교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1990),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에서 주관한 "수녀들의 사도직 활동에 대한 성직자의 의식조사" (1993),
우리신학연구소와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가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천주교 여성신자 실태 및 의식조사"(1995), 대전교구에서 선교와 냉담을 주제로 실시한 "신자의식 실태조사" (1996) 등은 교회운영과 선교활동에 도움을 주는 귀중한 연구성과라 할 수 있다.
사목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모색하기 위한 조사사업은 본당 단위에서도 실시되었다. 이러한 조사연구들 가운데 본당설립 25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행한 서울대교구 한강본당의 "사목실태 종합보고서"(1996)와 "냉담자연구"(1996)는 도시본당의 체계적 사목방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우리신학연구소에서 관련 학자들의 자문을 얻어 시행한 이 연구에서는 미국 볼티모어교구에서 교구를 재구조화하기 위해 본당사목 실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개발한 분석틀을 한강본당에 적용하여 ① 교회는 무엇인가 ②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③ 교회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등을 분석함으로써 효율적인 사목방법을 모색한 수준 높은 연구였다.
또한 설립 이래, "한국 천주교 평신도의 신앙생활 실태"(1994)를 비롯하여 10여권에 이르는 조사보고서와 신앙생활 연구총서를 발간해 오고 있는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의 조사사업들도 한국교회가 직면한 과제와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경험적 조사방법에 따라 분석함으로써 사목의 방향 정립과 프로그램의 마련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회조사를 통해 나타난 신자들의 배경과 신앙
지금까지 시행된 조사들을 통해 나타난 결과는 연구의 초점이나 조사시기 또는 조사지역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신자들의 사회적 배경이나 그들의 종교의식 그리고 신앙생활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 첫째는 한국교회의 중산층화 현상이다. 가톨릭 신자들의 구성비는 농촌보다는 도시, 하류계층 거주지역보다는 부유층 지역에서, 1·차 산업종사자보다는 전문직 종사자나 관리직 종사자에게서 높으며, 그들의 교육수준이나 재산정도 또한 일반 국민이나 타 종교 신자들보다도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로는 신앙의 혼합주의적 성향이다. 신자들의 상당수는 교회의 가르침 이외에도 무속, 풍수지리, 사주 등 택일 등과 같은 민간신앙이나 윤회설과 같은 전통종교의 신앙에 상당히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복합적인 신앙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셋째로는 종교의식과 신앙생활간의 괴리현상이다. 대다수의 신자들은 비교적 굳건한 신앙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앙을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에는 소극적이며, 교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 및 긍지는 높으면서도 개인적이며 습관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들은 교회내에서 행해진 연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교회 밖의 학술단체나 연구기관 또는 개인이 행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한국교회 신자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나가는 말
그 동안 한국교회는 높은 신자증가율, 탈농촌화, 본당공동체의 대형화, 신자구성의 중산층화 등 여러 면에서 두드러진 특징들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는 일련의 상황은 한국교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자 증가율은 급속히 둔화되고 있으며, 냉담자의 증가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기는 중산층을 와해시킴 으로써 중산층이 주축을 이루어온 한국교회의 기반을 흔들고 그들의 신앙생활 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목방법을 요청한다. 구태의연한 태도나 주먹구구식의 사목방법으로는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에 역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진취적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흐름이나 신자들의 삶에 관한 보다 정확한 정보와 자료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조사방법은 사목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현상들이 사회조사를 통해서만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현상을 파악하는 데에는 이 밖에도 여러 방법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사회조사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신뢰도와 타당도가 거의 없는 비과학적 방법을 사용한 다음, 분석된 통계 수치의 마력에 휘말려 쉽게 결론을 지으려는 것은 사회조사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앞으로 행해질 조사연구들은 그 동안의 연구들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게 있었으며, 그러한 결과들이 교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교회의 활동에 시행착오와 지장을 초래하였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창간 71주년 기념 특별 기획] 현대 사목과 사회조사방법의 활용
미래 사목을 위한 사회조사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자료 토대, 과학적 사목 일조
90년대 들어 사회조사활동 활발
사회 흐름·신자 삶 관련
보다 정확한 자료 절실
신뢰·타당도 없는 비과학적 조사방법 오히려 교회에 시행착오와 지장 초래
발행일1998-03-29 [제2095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