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요즈음 나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오래 전에는 나의 신앙생활에 자신감을 가졌으나 왠지 근자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례성사를 받고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을 받았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세파에 휩쓸려 살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1991년 6월 9일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여 단원 생활을 할 때는 이렇지 않았다. 주님 사업에 참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였고, 그래서 쁘레시디움 서기 및 단장까지 하였다.
이때 활동하면서 성령의 놀라운 힘을 체험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한테도 IMF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장사가 제대로 안되면서 모든 일들이 마음을 흐뜨려 놓았고, 신앙마저 흔들렸다. 한동안 심란할때 마다 요한 복음 15장 5절의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누구든지 나에게서 떠나지 않고 내가 그와 함께 있으면 그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요,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했다.
그러면서 일을 하는 동안 예수님과 함께 하지 않고, 때때로 교만하면서 세속적 일에만 집착해 살고 있다. 나의 하루 일과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계속된다. 매일 17시간 정도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가정적으로 단란하게 생활하는데, 나는 가장으로서 본분을 다하겠다는 일념으로 일개미처럼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하는 만큼 수입이 시원치 않으니 도무지 사는 것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레지오 단원으로서 열심히 살아왔었음에도 삶에 대한 회의와 불안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물론 신앙을 아주 멀리하지는 않고 주일미사에는 참례하고 있다.
그런데 성당문을 나서서 시간이 지나면, 언제 주님의 자녀답게 살겠다고 결심했는지 모르게 흔들리는 갈대처럼 세속적인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많은 갈등을 겪는다. 요즈음 나에게서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기도의 부족이다. 내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신앙인으로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말이다.
야고보 성인은 "행동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난 사순시기 동안 이 성구를 자주 묵상했다. 그리고 아무리 세상살이가 고달프더라도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다짐을 하였다. 어떤 어려움이나 괴로움이라도 참고 견디면서 주님의 십자가 고통을 체험하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야고보 성인께서는 "여러가지 시련을 당할 때 여러분은 그것을 다시 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나는 이번에 예수님 부활 대축일을 맞으면서 세속적인 생활보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았던 예전처럼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길 기도했다. "주님, 매일 제 뜻대로 마시옵고 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제가 고통의 늪에서 벗어나 주님 안에서 생활하도록 언제나 은총을 주십시오. 아멘"
백천규 (서울 신정동 본당)
[창간 72주년 특별기획-신앙과 위기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2) 백찬규
“쁘레시디움 단장으로 열심했던 나였지만「IMF」라는 시련으로 하느님을 얼리하게 됐다.”
발행일1999-04-18 [제2147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