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수회 대구분원(분원장=경 마리엘리사벳 수녀) 가족들이 오랜만에 찾아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앞산공원으로 봄 소풍을 간다. 외부로 나가기 힘든 가족 모두는 신선한 바람과 활짝 핀 꽃들을 보면서 밝은 웃음을 짓는다.
공동가정(그룹홈, Group Home)을 이루며 살아가는 작은 예수회 대구분원은 10명의 중증장애인과 2명의 봉사자와 수녀 2명이 20여평의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시설에 수용해 지역사회에서 격리시키기보다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동화되어 장애인으로서의 인격과 삶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 공동가정의 목표이다. 작은 예수회는 장애인 공동가정 생활 공동체형식을 한국에 최초로 설립, 전국 각지에서 19개의 공동체를 이뤄 장애인 복지향상에 커다란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분원장인 경 마리엘리사벳 수녀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같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수용시설보다는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대화의 상대를 잃어버린 그들에게 가족과 같은 사랑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공동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경수녀는 가족으로 함께 지내며 장애인 그들 속에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낀다고 했다.
3여년 동안 봉사자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정자(발바라.대구 가창본당)씨는 "처음 봉사자로 활동할 때는 아이들이 정을 나눌 줄 몰라 고생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라 부르며 잘 따라 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작은 예수회 공동체에서는 봉사자를 봉헌자라고 부르며 수도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기도생활과 청빈 정결한 생활을 한다.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주택가에서 생활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 이사와서는 밤낮없이 소리를 치는 자폐아와 문과 벽을 마구 차는 아이들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지역주민들이 점심봉사를 나오기도 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고자하는 공동가정의 작은 목표를 이루어가고 있다.
작은 예수회 대구 공동체에는 각 본당 레지오와 청년회에서 자원봉사를 나와 학습지도, 집안 청소, 목욕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많은 힘이 되어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경수녀는 "이제 이웃들과 잘 어울려 살고 있는 지금 집을 사고 싶지만 IMF로 후원금이 많이 줄어 마음만 태우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원계좌 : 대구은행 031-08-521970 이은업 (053)652-6740
작은 예수회 대구분원 장애인 공동가정
“원망하던 주민이 이제는 봉사자”
수용·격리보다 가족같은 사랑 필요
20평 주택서 봉사자 등 14명 생활
발행일1999-04-18 [제2147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