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생고생을 시켜드린 것 같아 미안할 따름입니다』 새천년을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해 새 생명을 선물한 서울 잠실본당 하영래(35) 신부, 그의 말은 자칫 탕자의 귀향의 변으로 들린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성모병원 이비인후과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조혈모세포 공여」 캠페인 포스터를 보고 골수 기증 의사를 밝힌 하 신부는 얼마 뒤 가톨릭중앙의료원 조혈모세포정보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생각에 벅차기까지 했어요』 몇 번의 검사를 거쳐 하신부는 95년부터 악성 재생불량성빈혈증을 앓아온 환자에게 대희년의 기쁜 소식과 함께 골수를 전해주게 됐다. 동갑내기의 남성이라는 사실 외엔 아무 것도 모르고 자신의 일부를 내준 것.
『멀리서 손님이 찾아와 이 분을 대접하기 위해 집 근처의 가게에 몇 번 다녀온 수고를 했다는 생각뿐인데 모두들 대단한 일이라도 한 양 치사를 하니 우습기도 합니다』
실제 하신부의 말대로 과거처럼 골수 채취에 고통이 따른다거나 후유증이 없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조혈모세포 기증을 바라본다.
세계 유일의 대학 내 조혈모세포정보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이지만 1만8600여 명만이 등록돼 있으며 96년부터 현재까지 57사례의 타인간이식이 이뤄져 뜻있는 이들을 안타깝게 해왔다. 자신 또한 경험을 통해 골수 기증이 아무 일도 아니란 걸 알았다는 하신부는 건강하지 못한 이는 할 수도 없는 사랑의 나눔에 모두가 적극 나서주길 간절히 호소한다.
『조그마한 수고로 한 생명, 한 가정의 삶을 바꿀 수 있었는데 여태껏 모르고 있어 그 환자 가족들 에게 미안해요. 그분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으면 합니다』
하신부는 나눔이 나눔을 낳아 사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새천년의 희망이 관심과 동참으로 더욱 크게 자랄 수 있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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