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싶다는 신자가 있었습니다. 제 성서 강의를 몇차례 듣더니 『죄송하다』고, 『내가 잘못했다』며 내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성서 말씀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요. 베소라 성서를 거쳐간 사람은 드러나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삶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베소라 성서연구원 원장 김정원 신부. 1980년 11월 18일 전주 가톨릭센터에서 정식으로 문을 연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만 해도 성서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던 시절, 평신도를 대상으로 강의식 연구 모임으로는 처음 시작했다.
『66년 사제품을 받고 사목생활을 하면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감, 구원에 대한 확신의 부족, 미사의 참의미는 무엇인가 등등 많은 고뇌를 안고 살았죠. 그러다 오로지 성서 말씀 안에서만 참 생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베소라(기쁜소식, 복음) 간판을 걸게 됐습니다』
베소라 성서는 그 연륜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강의 방식의 독특함 때문이다. 김신부가 쓴 몇권의 주해서 등을 빼고는 특별히 개발된 교재나 강의 방식이 정해진 것이 없다. 성서를 처음부터 읽으면서 한 구절 한 구절, 단어 하나 하나에 담긴 뜻을 되새기고 오늘을 사는 각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묵상할 뿐이다. 따라서 정해진 수료 과정도 없다. 초창기부터 계속 함께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어느 정도 배우다 따로 그룹을 만들어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서 공부에는 끝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고나 할까요. 말씀의 현장에서 받은 삶의 에너지를 삶의 현장에서 나누고, 다시 받고 나누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베소라 성서를 거쳐간 정확한 숫자도 모른다. 단지 수천명이 수강하고 그들에 의해 수만명이 베소라 성서를 접했을 것으로 추산할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가톨릭에서 말씀의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신자들 대부분이 베소라 출신이라는 점이다.
베소라 성서의 특징은 학구적이거나 머리 속으로만 받아들이게 하는 순학문적인 것이 아니다.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게 하는 마음의 자극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또한 미사의 의미를 각인시키고 그 중요성을 역설한다.
『신자들이 미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형식에 흐르는 듯 하여 안타깝습니다. 일선에선 아직도 구약의 율법 준수를 강조하는 측면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신약의 신자답게 율법에서 해방되고 말씀 안에서 자유롭게 은혜를 만끽하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초창기 전주는 물론 서울 수원 안양 안산 광주 여수 부산 울산 대전 등 전국을 누비며 성서 강의의 열정을 불태웠다. 당시 각 교구 주교님들의 인식부족으로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말씀에 굶주린 신자들에게 김정원 신부의 살아 있는 말씀 강의는 단비였다. 최근 녹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다시피해 큰 불편을 겪고 있지만 그 열의만은 아직도 20년 전 그대로다.
『요즘은 서울과 전주에서만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일원동 소재 하상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매주 월요일 구약 창세기와 예레미야서, 목요일 묵시록과 고린토 후서를 강의하고 있는데 각반 200여명이 꾸준히 참가하고 있죠. 전주 가톨릭센터에서는 화요일 묵시록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수강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집시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언제나 말씀에 갈증이 날 때면 참가할 수 있습니다』
20년간 성서 강의에 몰두했으나 아직도 구약을 한 번 다 끝내지 못하고 예레미야서에 머물러 있음을 볼 때 김정원 신부가 얼마나 진지하게 성서 연구에 임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몇번을 읽고 얼마나 썼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성령의 감화로 쓰여진 성서를 통해 내 자신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한 구절 한 구절 읽으면서 와닿는 부분이 있으면 성서를 덮고 묵상해야죠. 그래서 말씀을 통해 나에게 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을 깨달아야 합니다』
※문의=(0652) 285-4978 베소라 성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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