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게 보며 살아야 해요. 하느님 나라가 올 때까지는 누가 다스리든 가난한 이들은 항상 있는 법이거든…. 이들을 우리가 챙겨야죠』
해고 노동자들의 구속 압력에 대신 맞서 지난 7월 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전주교구 문정현 신부는 농성 일주일만에 쓰러져 병원에 들어서면서도 자신보다 노동자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지우지 못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지병까지 지닌 문신부는 단식 기간 중 심장 쇼크도 여러차례 경험하는 등 위기를 적잖이 맞으면서도 고집스레 단식을 접을 줄 몰랐다. 문신부가 단식에 나서게 된 것은 교구 관할 내 기아특수강이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가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검찰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구속시키려는 부당한 처사를 접하면서였다. 이미 종결처리된 사안을 뒤늦게 들춰내 구속 위협을 하는 회사측에 노동자는 일방적으로 당할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힘없고 가진 것 없는 노동자만 죽겠다』는 생각에 구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시작한 문신부의 행동에 의기소침해 있던 지역노동자들도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섰다. 문신부의 단식농성이 힘을 얻어가면서 지역 17개 단체와 저명 인사들이 단식농성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사태가 반전되는 모습에 기아특수강측에서 문신부에게 수차례 걸쳐 단식농성 중단 등 중제요청을 해왔지만 이 또한 기만적인 제스처였음이 드러나 문신부와 노동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시간이 지나면 잘잘못은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신앙 앞에서 타협하지 않고 주님의 정의를 잣대 삼으면 자신이 할 일이 보이는 법이지요』
쇠약해진 몸으로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 19일 퇴원한 문신부가 곧장 찾은 곳은 단식농성 천막. 『노동자의 노력으로 150% 이상 정상 가동되고 있는 공장에서 복직 약속을 어기고 이들에게서 눈을 거둔다는 것은 하느님의 정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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