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목발을 짚고 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는 5월14일 2차 골반 수술을 앞둔 이동석(마르코.33.서울 도림동본당)씨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웃음을 띄울 수 있게 됐다. 격렬한 고통으로 약이 없이는 잠조차 들 수 없던 그가 이번 수술을 통해 고통을 조금은 벗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생후 7개월만에 앓았던 소아마비로 골반에서 다리뼈가 탈구된 이후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이 살았던 이씨는 지난해 1월 성모병원의 도움으로 굳어진 근육절제술을 받고난 후 새로운 삶과 만났다. 수술 후 3주만에 난생 처음으로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그의 지난 삶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가 운영하는 명혜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그의 삶을 바꿔놓은 첫 전환점. 영세를 통해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시작한 그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법을 배웠고 학교를 졸업한 후 부모로부터 독립해선 10여년을 줄곧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왔다.
그의 첫 직장은 영등포 시장바닥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질척이는 시장을 기며 물건을 팔았다. 그의 삶의 모습에 감복한 이들이 한푼두푼 도와 그의 삶의 밑천인 전기스쿠터와 리어커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건 스스로 밥을 차리는 것조차 힘들어 하루 한두끼가 고작이라는 것. 그래도 그는 늘 꿈을 꾸는 자유인이다. 유난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씨, 전문적인 글공부를 하고 싶어 학원의 문을 몇 차례 두드렸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저는 자신만만했는데 남들이 인정 안해줘 어쩔 수 없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글쓰기를 했고 인정도 받아 각종 신문과 잡지에 그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요즘같이 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들 때는 글짓기가 그의 유일한 생계수단이 된다. IMF 전에는 열심히만 하면 월 4∼50만원도 벌었다는 그의 요즘 수입은 월 20만원도 채 안된다. 그나마 정부의 보조금 7만 5000원이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수술 후 좀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좀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어요"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줄 아는 그는 이미 그의 시신을 사후에 기증하기로 했으며 골수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나서겠다고 한다. 불편한 몸으로도 레지오 활동과 성서모임에 열성적이던 그의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수술 후 3개월 동안은 꼼짝할 수 없다는 의사의 말과 병원비 등으로 조금은 의기소침해진 그는 간병인이나 말벗이 되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미안한 얼굴로 털어놓는다.
※연락처=(02)831-9446
[장애인 주일에 만난 사람들] 난생 처음 지팡이 짚고 일어선 이동석씨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언제나 자유인”
발행일1999-04-18 [제2147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