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중성.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으나 주위의 강압으로 별거. 아들과의 생이별. 온전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했던 최기찬(이사벨라.42.춘천 성산본당)씨.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고단한 삶. '우울' '절망' 이러한 단어가 떠나갈 날이 없었다. '죽고 싶다'는 충동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일어 났다. 그런 그녀에게 한줄기 좥희망의 빛좦이 비춰졌다. 박귀련(율리안나.67.춘천 성산본당)씨가 나타난 것이다.
97년 9월 괴로운 심정을 달래기 위해 참가한 기도모임에서 박씨를 만났다. 고통받고 있던 그녀에게 따뜻한 가슴을 활짝열고 다가온 박씨를 친어머니처럼 여기기로 했다. 개신교에 불교, 한땐 무속에도 빠졌던 그녀가 지난해 1월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박씨를 '어머니'로 모셨다. 그녀는 이날을 살아온 나날들 중 가장 기쁜 날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어머니에 동생 둘을 얻었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기찬씨를 '참 착한 아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박씨. 교통사고로 죽음을 체험했다는 박씨는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몸이 불편하다. "대형 사고였습니다. 이렇게 목숨을 건진 건만해도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고통받는 기찬이를 보자 '성모님께서 보내신 또 하나의 내 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모님의 사랑으로 기찬이가 변화될 수 있도록 기도도 많이 했습니다"
박씨는 춘천교구에서 열심한 신앙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 꾸르실리스타로서, 각종 성서모임 봉사자로서, 구역장에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성실히 신앙인의 본분을 지켜왔다. 최씨가 이번에 완성한 '춘천교구 다큐멘터리'에는 교구와 45개 본당의 역사와 현황, 외형이 담겨져 있다. 60개 공소도 촬영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 1년이 넘게 공을 들여 이번에 완성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요청받고 정말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의 연륜도 짧고 혹시 대모님 얼굴에 먹칠을 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완성하고 보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성모님과 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뻤다. 그녀의 열정이 하늘에 닿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그 많은 방황의 시간, 갈등의 순간들이 봄눈 녹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열심히 성체조배를 했고, 신부님의 안수도 받았습니다.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한 신부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자리에 앉아서 교구내 45개 본당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씀하셨어요"
최씨는 수원 남양성지, 홍천군 서석면 홍보물, 춘천 대화본당 다큐 매거진, 교구내 유치원 홍보물 등도 촬영하고 있다. 최씨는 주일미사 강론을 영상에 담아 벽지공소나 군부대, 각종 사회복지시설에 열심히 보내고 있다. 가톨릭 방송인 협회에서 하는 이 일에 그녀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4월 25일부터 펼쳐지는 춘천교구 60주년 기념 감사제도 촬영할 계획이다.
"예비신자나 신영세자들을 위한 가톨릭교회 안내 영상도 만들고 싶고 성지를 종합하는 영상도 필름에 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소망을 이렇게 밝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도움없인 불가능하다며 그분의 사랑을 간구했다. "일반사람에게 냉대받는 것은 별 문제가 안됐죠. 그러나 같은 신자들 속에서 받는 소외감은 정말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대모님을 만나지 못한 내 삶을 생각해 보면 절망뿐입니다" 그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신자들의 태도에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하느님은 우리의 작은 선행에 대해 몇 곱절로 갚아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이젠 깨달았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조금은 거칠은 외모. 접근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은 그녀지만 마음만은 비단결.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그녀는 이제 남성제거 수술을 통해 완전한 여성이 됐다. 굴곡 많은 연륜 때문인지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은 최고인 그녀가 앞으로도 하느님의 사랑안에서 하느님 말씀이 담긴 영상을 많이 만들어 내길 기대해 본다.
※최기찬씨 연락처 = 찬미영상 (0366)432-2404, 017-344-6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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