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힘들었죠. 하지만 성서필사에 맛들이고 나서는 몇시간이고 손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 말씀에 맛들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성서필사와 성서읽기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황광섭(요한.69.대전 유천동본당)씨는 "인간적인 끈기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고 말한다. 거실 한켠에 있는 책장에는 수년간 황씨의 땀과 정성이 담긴 성서필사본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성서필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대학노트 크기의 필사본이 모두 12권 반 분량.
황씨는 지난 96년 12월 6일 구약성서 지혜서부터 쓰기 시작해 이듬해 8월 29일 신.구약 성서를 모두 옮겨썼다. "당시 주임이던 변갑철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성서쓰기와 읽기를 특히 강조하셨어요. 이 노트도 그때 성당에서 만들어 신자들이 구입한겁니다" 33년간 공직에서 일하다 92년 퇴임한 황씨는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모범이 될만한 일이 없을까 궁리 끝에 성서필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신구약 성서를 모두 필사하는데 걸린 시간은 217일. 필사노트 1277쪽, 필사한 성서분량은 2500여쪽에 달한다.
다른 이들 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신 구약을 모두 필사한 것은 한번 매달리면 좀체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 탓. 필사본 매권마다 첫장에 목록을 만들어 필사한 기간과 분량을 기록한 것이며, 신구약 성서 필사에 따른 각종 정보를 자료로 남겨둔데서도 그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황씨는 성서필사 외에 성서읽기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98년 7월부터 11월까지 신약성서를 무려 17회나 통독했다. 평균 8일에 한번꼴. 98년 11월부터는 신.구약성서 읽기에 들어가 지난 2월 15일까지 3회에 걸쳐 읽었다. 그의 노트엔 평균 30일에 한번꼴로 신.구약성서를 다 읽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처럼 지나치리만큼 꼼꼼하게 정리해 나간 이유에 대해 황씨는 "매일 매일 되풀이되는 일에 싫증내지 않고 끈기있게 자신을 채찍질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성서필사를 하면서 타고난 근성(?)이 발휘된 이유인지 98년 1월부터는 일일 실천사항과 주간 및 월간, 연중 실천목록을 만들어 꼬박 꼬박 점검하고 있다.
98년 1월의 경우 매일미사 참례 26일, 한달에 바친 묵주기도가 350단. 이밖에 성서쓰기와 읽기가 매일 실천내용으로 기록돼 있다. 1년 뒤인 99년 1월엔 매일미사 참례 28회, 묵주기도 335단 봉헌. 주간(週刊)활동으로는 레지오 주회와 성모의 집 봉사활동, 월간활동은 구역모임, 바오로회와 성우회, 신협이사회, 송백회(분재 동호인모임)가 예정돼 있다. 또 수시로 상가겫느薇疫? 교리반 봉사, 꾸르실료 봉사를 하고 피정에도 참가한다.
황씨는 성서필사를 끝낸 97년 9월부터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옮겨 적고 있다. 필사할 분량이 적어진 탓에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성서읽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신앙생활도 좀더 철저하게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봤지만 영적 양식을 얻는데 참으로 중요한 성서를 가까이 하는데 어른들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몇시간 동안 성서를 쓰다보면 온 몸이 저리고 아파오지만 마음 한켠에 차 오르는 기쁨과 보람은 말로 할 수 없다"는 황씨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 것이 아닌데…"라며 인터뷰 내내 겸연쩍어 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아이들에겐 썩 마음에 들진 모르지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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