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포항시 죽도동 무료급식소 '요안나의 집' 축복식이 있던 날, 이를 지켜보던 신순희 (요안나, 73)할머니의 마음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희사한 1억5천만원으로 4년동안 추진돼 온 무료급식시설이 이날 문을 열었기 때문.
무료급식소의 밑천이 된 이 돈에는 신할머니의 평생에 걸친 땀과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25세 청상의 몸으로 포항과 영덕을 오가며 채소행상을 시작한 신씨는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한 3년간의 몸부림 끝에 조그마한 반찬가게를 열었고 40대에는 동생 집을 빌려 하숙을 쳤다. 이후 20여년간 숙박업을 하며 재산도 좀 모았다.
"6.25 피난시절 외국인 신부님이 건네준 쌀 한줌이 얼마나 고맙던지 평생 잊지 못하지. 그때부터 배고픈 사람들을 보면 내가 굶더라도 한끼 밥은 먹여줘야 마음이 편해"
신할머니가 본격적으로 이웃돕기에 뛰어든 것은 10여년전 뒤늦게 얻은 자식을 뇌성마비로 먼저 보내고 난뒤부터였다. 바쁜중에도 원주 천사들의 집과 영천 나자렛 집, 들꽃마을에 기금을 보내기도 하고 포항성모병원에서 봉사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이 자리가 비좁아 바깥에서 밥을 먹는 모습이 영 안됐더라고. 제대로 앉아 먹을 곳이라도 마련해주자는 생각에 95년 여관을 처분하고 무료급식소 준비에 들어갔지"
'요안나의 집'은 신씨의 기부금 외에 포항지역 본당들이 6천여만원을 보탰다. 급식봉사도 포항지구 8개 본당이 한달씩 돌아가며 맡는다.
"적은 돈이지만 보람있는 일에 썼으면 하고 늘 생각했다"H는 신할머니는 "요즘 일자리를 잃고 밥을 굶는 젊은이들이 많다는데 누구든지 와서 한끼 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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