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 함께 할수록 커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연로하신 분들에게 정성껏 식사를 대접하면서 종교에 관계 없이 따뜻한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성당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YMCA 흰돌마을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매일 오전 11시30분이면 100여명이 넘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정성들여 마련한 점심식사를 대접한다. 인근 영구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생활보호대상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이다.
백석동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개신교 7개 교회에서 나온 자원자들과 함께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마련한다.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 사이에는 서로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서 봉사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런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어요. 오히려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상대방의 좋은 점을 본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초창기부터 봉사해온 고재옥 (엘리사벳)씨는 "개신교 신자들은 제사 문제나 마리아 공경 등과 같은 문제를 두고 가톨릭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화를 나누며 서로 오해를 풀곤 한다"며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면서 우리 모두 하느님을 믿는 형제라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조리사로 장로교 신자인 함은주씨는 "서로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일하면서도 즐겁다"며 "흔히 있는 종교적 갈등 같은 것은 아예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탄을 앞두고 백석동본당에는 따뜻한 사랑의 봉사에 감사하는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YMCA 흰돌마을 종합사회복지관 김광휘관장이 감사패와 함께 보내온 이 편지는 복지관에서 3년 가까이 자원봉사자로 일해온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과 백석동본당에 대한 감사의 편지였다.
김관장은 편지에서 "수고하시는 봉사자들 중 백석동본당 교우분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내년에도 교우분들의 따뜻하고 환한 미소가 무료 급식소에 꽃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개신교 신자들과 만나는 기회는 많지 않다. 매월 한차례 있는 생신잔치 등 여러 봉사팀이 함께 일해야 하는 때나 매년 있는 자원봉사자 축제 등을 통해서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복지관에서 노인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로 역시 개신교 신자인 윤경하씨는 "노인들을 위한 사업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종교간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얻고 있다"며 "거창한 일치 운동보다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사랑으로 함께 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일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치주간] 백석동본당 무료급식 자원봉사
종교간 벽 허문 사랑의 잔치
인근 7개 개신교회 신자들과 3년째 복지관서 “노인모시기”열성
“말보다 생활속에서 일치 구현해야죠”
발행일1999-01-10 [제2134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