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한국을 방문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58년 정든 「제1의 고향」을 떠나는 마음이 한없이 섭섭합니다. 매일 아침 잊지 않고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죽음의 행진」에서 살아 남았던 조선희(필립보ㆍ83세ㆍ성 골롬반회) 신부. 11월 12일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이제는 정말 살아생전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착잡한 표정이 역력했다. 58년간 한국에서 선교사제로 일하면서 한국사람이 다 됐건만 나이가 들자 짐이 되기 싫다며 떠나는 노사제의 뒷모습이 쓸쓸하면서도 더없이 커 보였다.
조신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떠났다가(본보 97년 11월 2일자 참조) 한국기후와 사람들이 그리워 지난 5월 다시 찾았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겟세마니 기도의 집」에 머물면서 잃었던 건강도 되찾고 많은 지인(知人)들도 만났다. 나이 탓일까? 날씨가 추워지면서 벌써 감기가 찾아 들었다. 서둘러 호주로 떠날 때가 온 것이다.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내년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오라는 얘기를 하십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이제는 힘들 것 같아요. 80까지는 곡괭이질도 했는데 이제는 기관지 질환에 관절염도 심해지고 기억력도 자꾸 떨어져요. 요양하면서 한국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서 생활하며 일했지만 혼자서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조필립보 신부. 따라서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해준 신자들, 알게 모르게 도와준 성직자 평신도, 한국 사람들에게 떨리는 손으로 감사한다는 편지를 남겼다. 『나의 한국에 계시는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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