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집보다 훨씬 좋은데!』
지난 11월 18일, 분단 후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열린 뱃길을 통해 북한을 찾은 민간인 관광객들 틈에 끼어 있던 유치원도 나왔을 것 같지 않은 어린이가 금강산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 터트린 일성이었다. 어른들은 새삼 깨닫게 된 존재에 대해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꼬마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소녀탐험대 강원규(가톨로) 대장과 함께 분단의 현장을 찾아 나선 그의 아들 한별(6)군. 아빠 강씨를 따라 국내외 숱한 곳을 따라다녔던 한별이에게도 금강산은 한눈에 신비의 정경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50년만의 고향방문이라는 이산가족들의 술렁이는 감흥 속에 관광객 일원 중 최연소로 참가했던 한별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 아빠 강원규씨는 4박 5일의 일정내내 조바심을 쳐야했다. 그러나 한별은 생각 외로 의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금강산 초입의 흙을 밟자마자 눈물을 터트리는 할아버지, 제사상을 차리며 연신 아버지 어머니를 외쳐대는 할머니 등 비룡폭포 - 해금강 - 만물상 등으로 이어지는 관광 코스의 가는 곳곳마다 벌어지는 실향민들의 눈물행진 틈에 끼여 한별은 통일의 의미를 담담히 몸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통일은 좋아하는 사람들, 보고싶은 사람들이 만나는 거야』
통일이 뭔지 아느냐는 아빠의 물음에 한별은 어른들의 마음이 뜨끔할 한마디를 던졌다. 그에게는 이렇게 오고가는 통일이 너무도 손쉬워 보였을 지도 모른다.
금강산관광 일정 내내 일행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도 한번도 투정하지 않은 한별은 숨어있던 북한 어린이를 처음 만났을때 몹시도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어냈다. 북한의 친구들을 만났을때 주려고 준비해간 색종이, 연필, 색연필 등의 학용품을 주위의 분위기 때문에 전해줄수가 없어 애를 태워야 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한별이 경비를 서고 있던 북한 군인에게 다가가 아빠 강원규씨의 가슴을 쿵덕거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내 사진까지 함께 찍을 정도로 쉽게 친해져 어른들로 하여금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갈 때 풀리지 않는 일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하기도 했다.
한별이는 오는 12월 26일 아빠의 손을 잡고 통일과 평화를 묵상하는 국토종단행진에 나설 계획이다. 행진 중 땅끝 해남에 나라사랑의 염원을 담은 종단비를 세울 예정이며, 국토의 최남단인 마라도에는 천주교회의 상징물을 건립하고 돌아올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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