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일요일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처음으로 받은 질문은 어디서 왔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이 질문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스위스나 아일랜드라 하지 않고 『까리따스』라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이 대답은 우리가 앉을 자리를 결정하고 우리는 감히 다른 자리에는 앉을 수 없다.
200여 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만한 커다란 식당엔 대략 10명 정도 되는 손님들만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10미터 높이의 천장이 식탁들 간의 단절감을 더했다. 식당 벽면엔 작은 인공기들로 만들어진 커다란 『50주년』기념 장식이 있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처음 눈에 띈 것은 『위대한 지도자』와 그의 아들이 주체사상탑을 배경으로, 비둘기들이 발밑에 노니는 평양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의 벽화였다. 그림 앞에는 꽃병이 놓여져 그들에 대한 숭배를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림들은 북한의 호텔과 공공장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1988년 세워진 장충성당으로, 공소예절을 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에는 사제가 없어 매주 공소예절을 하는데 18세 이상인 성인들만 참석할 수 있다. 북한에는 개신교의 경우 3개의 교회건물이 있다.
참석한 사람의 연령은 대다수 50대 이상이었으며 남녀비율은 비슷했다. 그들은 보통 북한 사람들처럼 간소하게 차려 입었으나 얼룩 하나없이 깨끗하게 손질된 옷들이었다. 사람들은 공소예절이 끝나는 즉시 떠나갔고 성당책임자도 배웅하러 나오지 않는 등 신자들 간의 공동체 의식이라곤 없는 듯 보였다. 그 후 우리는 성당관리자들과 함께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은 연료부족으로 일요일에 자가용 여행을 할 경우에는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모든 상가가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는 호텔에서 남은 하루를 보냈다.
◆9월 14일 월요일
업무가 시작되었다. 첫 업무는 교육부 채량일, 최덕훈씨와의 약속이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임무로 알려졌으나 지난 주의 최고회의 이후 거의 모든 위원회의 위상이 변화했다. 모임의 목적은 까리따스에서 지원하는 교육 분야의 프로젝트에 관한 것으로 앞으로의 협력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거기서 우리는 대사관 뿐만 아니라 모든 UN, NGO 사무소가 모여 있는 외교지구로 향했다. 그리고 여러 기관이 함께 모여 활동상황과 장래계획을 나누는 농업부문 정기회의에 참석했는데 그들은 플라스틱 수지를 수입해 농업용 비닐로 제조하려는 까리따스의 계획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오후 2시 우리는 남포에 있는 간선 플라스틱 공장을 견학했다. 이 공장은 현재 제작에 참여한 여러개 중의 하나로 하루 40만평방마일의 생산력을 지니고 있다. 공장장 김쾌하씨는 전기 공급이 문제가 되나 그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원료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비닐이 생산되면 예정된 지역에서 트럭들이 와서 각기 배정받은 분량을 싣고 가는데 운반이 어려워 때때로 이 과정에서 지연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따뜻하고 친절하며 특히 여자노동자들은 두 명의 서양여자가 와서 공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비닐샘플을 주머니에 넣고,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대는 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견학 뒤 짧은 보고를 통해 잘 보존된 기록들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의 질문에 대해 개방적으로 답했다. 공장장은 일할 수 있는 원료를 더 많이 받길 희망했다.
캐시 젤베거 여사의 북한방문기
전기부족도 문제지만 원료가 없어 더 큰 애로
발행일1998-11-29 [제2129호, 10면]

▲ 북한 안내원이 까리따스의 지원으로 도착한 플라스틱 수지 옆에서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수지는 비닐제조 원료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