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이 개설 10주년을 맞아 10월20일 가톨릭의과학연구원 2층 대강당에서 다양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가톨릭대학교 총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 이성만 가톨릭중앙의료원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자원봉사자 활동현황」등에 관한 보고와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들의 학술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벌어진 패널토의에서 가톨릭의대 종양내과 이경식 교수가 주제 강연한 「가톨릭중앙의료원 호스피스 발전방향」에 대해 성모병원 호스피스과장 김혜자 수녀 등 8명의 패널리스트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의 호스피스 현황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사랑으로 돌보는 호스피스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다. 가톨릭계 병원을 중심으로 한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활동은 치유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재현함으로써 환자가 생의 마지막 과정에서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함께 나누어 완화시켜 주고, 영원한 고통을 함께 나누어 완화시켜 주고, 영원한 삶을 평안하게 준비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엔 본당 차원에서 봉사 팀을 구성 호스피스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체계적ㆍ정책적 지원 필요
이러한 호스피스 봉사자들의 활동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 좀 더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가톨릭 호스피스가 한국의 호스피스 활동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이러한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이번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개설 10주년 패널토의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논의됐다. 먼저 이경식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호스피스 전문봉사자들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이 교수는 의사들에게 국내에 완화의 학과를 창설할 기초준비 즉 교육, 진료,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 라고 반문했다. 국내불모지라 할 수 있는 완화의학과를 창설,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의 연구를 주도할 수 있게 하자는 말이다. 이는 특히 이론과 실습을 함께 이뤄 호스피스 활동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교수는 가장 중요한 영적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원목도 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원목―본당―호스피스」의 연계를 가능하게 해 활동의 사각지대(死角地帶)를 줄여 나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소임따른 다양한 형태로 발전
이에 대해 성모병원 호스피스 과장 김혜자 수녀는 가톨릭교회의 호스피스는 그 시행 기관 각자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주변 환경, 맡겨진 소임이 다른 각 기관이 기본적으로 가톨릭정신을 구현하면서도 형식적인 면에서 저마다 독특한 활동이 드러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병동을 중심으로 한 형태」「가정간호와 교구간호가 연계된 형태」「산재형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한 형태」등 여러 가지 양식의 호스피스 활동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호스피스 생활실천자로 성장한 봉사자들에 대해 언급한 이경식 교수는 봉사자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또 봉사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중심 연계도 가능
김혜자 수녀도 이에 대해 수도자 성직자 중심의 호스피수를 탈피, 평신도들이 적극 참여하는 호스피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녀는 지역중심의 호스피스 연계체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각 지역의 특성과 문화적 배경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심단체들과 혹은 지역 보건소와 연결하는 호스피스 운영체제 등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종합병원ㆍ호스피스 병동ㆍ호스피스 팀―가정 호스피스―국가적ㆍ지역적 지원이 조화롭게 연계하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가톨릭간호대학 한성숙 교수도 간호사학생 의사 자원봉사자 사목자 사회사업가 등 관련 요원들과의 연계를 통한 교육의 표준화 및 교육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시 자격증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호스피스 법 제정 시급
성모병원 내과 홍영선 교수는 호스피스의 의학적 측면이 과소평가되는 가운데 영적, 정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호스피스가 마치 종교행사의 일부인 것처럼 오해받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질병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의학은 호스피스의 이념과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일부 의사들은 호스피스의 수용에 인색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의 해소를 위해선 호스피스법의 제정, 마약사용에 대한 제한 해소, 호스피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정환, 호스피스 보험의 도입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연리디아 강남성모병원 간호부장은 환자중심의 호스피스 센터를 건립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환자중심의 전인간호, 호스피스 교육 및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지속적인 호스피스 활동을 가능케 해 말기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가장 인간애적 활동
이성만 신부가 이날 축사에서『호스피스는 창조주인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가장 인간애(人間愛)적인 활동이며,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숭고한 행위』라고 말했듯이「인간의 생명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오묘한 섭리를 깨우쳐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을 돕는데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
[11월 위령성월 특별진단―호스피스]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 개설 10주년 맞아 바람직한 호스피스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
「원목―본당―호스피스」연계 ‘사각지대’ 없애야
「완화의학과」설립, 활동 효율성 높여야
지역에 맞는 활동·평신도 참여 유도를
교육 표준화 및 교육안 연구도 필요
발행일1998-11-01 [제2125호, 4면]

▲ 10월 20일 열린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 개설 10주년 기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