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용품 가운데 대표적인 거품 가격은 고가(高價)인 관과 수의(壽衣). 최근 성당에서 장례를 치른 최모씨의 경우를 보자.
상가(喪家)에서 흔히 쓰는 오동나무 특관 하나가 90만 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가져와서는 오동나무관이라며 90만 원을 요구했다. 도시락을 주문하는 과정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도시락 비용으로만 60만 원을 지출했다.
장의차량을 이용하면서 규정 가격외에 턱없이 많은 웃돈을 요구하고 노자돈까지 놓으라고 해 하관을 앞두고 본의아니게 실랑이를 벌였다.
물론 장의용품의 가격은 지방마다 달라 일률적으로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본사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재질이나 원자재, 또 수공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관과 수의의 적정 가격은 일반적으로 상가에서 많이 쓰는 오동나무관이 20만~25만원선. 수의는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다양하다. 서울의 경우 오동나무관이 30만~50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소비자가는 몇배에 달한다.
사회와 똑같은 바가지 상혼과 폭리가 교회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장의용품업자로부터 일부 연령회장에게 소위 리베이트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된 관행
장례문화와 관련해 강매와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상장례가 차지하는 독특한 정서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 장의업자는 『장의용품은 같은 물건이라도 싼 것이 오히려 의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부담이 되더라도 『돈 문제로 시비를 걸면 큰 불효를 범한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이 이런 부조리를 조장하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연령회장의 비리는 연령회 활동이 회장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한편으론 연령회 기금을 마련하고자 하는데서부터 이런 부조리가 싹튼다는 지적도 있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려 한다』는 얘기다. 한 신자는 『어느 단체이든 기금이 많이 모이면 말썽의 소지가 생긴다』면서 『연령회는 그 정도가 심한 경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연령회장 개인에게 있다. 연령회 관계자는 『장의업자들은 생계와 직결되므로 연령회장에게 끈질기게 접근한다. 이 와중에 회장과 업자간 고리가 의외로 쉽게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한 사목자는 『연령회 활동을 하면서 처음엔 조금 남는 것을 단체활동비나 다른 용도로 쓰다가 차츰 무감각해지고 그 액수도 커졌을 것』이라면서 『돈이 결부된 것이어서 빨리 또 은밀하게 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가의 사례비 정도는 받아서 유용하게 쓸 수도 있지만 장의용품으로 이득을 남기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영안실 문제
현재 전국적으로 교구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 모두 8군데. 기타 수도단체 등이 운영하는 병원을 합하면 전국에 27개의 가톨릭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교구운영 병원 가운데 서울의 강남성모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 영안실은 직영체제이고 여의도성모병원 교구 연령회 연합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또 대구 가톨릭병원과 부산 성 분도병원 영안실은 교구 사회복지회가 위탁 운영중이다. 부산 메리놀병원도 금명간 사회복지회에서 수탁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교회병원들은 대부분 일반 병원처럼 장의업자에 임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곳은 임대한 경우. 장의예식업주들은 병원에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대신 매출을 올리기 위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교회병원 영안실 관계자는 『이 부분만 개선되더라도 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특히 신자가 사망했을 때 소속 본당 연령회와 영안실 측이 장례를 서로 맡기 위해 다툼을 벌이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교회병원이 앞장서서 장례물품 구매에 따른 부조리를 없애고 가톨릭병원 이미지를 새로 각인시킬 수 있도록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선 방안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이같은 부조리를 개선하는데는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교구차원에서 그 원인을 척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구 소유의 장의차량을 늘리고, 신자 장의업자들을 수소문해 범교구적으로 이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장의용품 가격에서부터 장례에 따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보통 2년제인 본당 연령회장의 임기를 지켜 순환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회장은 고유의 역할만 수행하고 다른 임원들과 회원들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견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각종 정보에서부터 재정문제까지 회장이 도맡아 하는 분위기에서는 부조리가 싹트기 쉽고, 회장의 방침이나 활동에 이의를 달거나 견제하는 이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
사회복지 관계자는 연령회를 본당 사회분과나 사회복지분과 등에 소속시켜 모든 활동이 공개되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염봉사자 교육」과 같은 연령회원들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서울의 경우 교구 연령회연합회에서 직거래를 통해 장의용품을 염가에 제공하고 연령회원들에 대한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수년전부터 이러한 비리를 상당 부분 해소한 것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한 연령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활동하면서 돈의 유혹이 이처럼 강한가 실감했습니다. 또 부와 하느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아파하는 마음으로 이런 문제들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취재] 장례비 “거품”제거, 교회가 나서자 (하)
위령활동, 전교와 직결…폐단 없애야
교구 장의차량 늘리고 용품 직판제 도입
「염봉사자 교육」등 장기적인 대책 수립을
“싼 물건 오히려 못믿는다” 그릇된 인식ㆍ관행서 비리 싹터
자녀 효심 악용, “바가지”성행
교회병원 영안실도 개선 시급
발행일1998-07-26 [제2112호, 11면]

▲ 위령활동은 전교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장례와 관련된 폐단이 가져올 파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