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하감독님께서 임감독님과는 달리 아무 재료없이 무(無)에서 "생겨나라" 한마디 말씀으로 그 모든 존재를 있게 만드셨다고 하였다.
그러면 이제부터 임감독님만이 아니라 인간 누구도 할 수 없는 일, 하느님의 위대한 창조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사실 하느님의 능력은 한마디 말씀으로 지상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동시에 출현하도록 하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빛과 어두움, 하늘과 바다와 땅, 식물들과 해, 달, 별, 물고기와 새와 동물, 마지막으로 사람. 이렇게 순서에 따라서 하나 하나의 존재를 심혈을 기울여서 정성되이 만드셨다. 새로운 존재를 만드셨을 때마다 보시니 좋더라고 하느님은 흡족해 하셨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드시고는 "보시니 참 좋았다"고 최고의 찬탄을 하셨다. 모든 존재의 품위와 인간의 존엄성은 바로 하느님 자신의 감탄과 찬사에 근거한다. 모든 존재를 하나 하나 정성되이 만드셨고 특히 우리 인간이 공장에서 규격품이 생산되어 나오듯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 각자 고유한 모습이 있다는 점이야말로 하느님의 위대하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쌍둥이라도 둘은 서로 다르다.
지난 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면서 즉시 언론들은 돌리를 복제하는데 성공한 아이언 월머트 박사의 연구와는 상관없이 복제인간 논쟁으로 옮아갔는데 그것이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일이라 하니 일단 안심이 되고 혼란스럽던 생각을 정리할 수가 있게 되었다.
"복제인간 소동은 전적으로 언론이 만들어 낸 가공물에 불과하다…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커다란 유리병 속에서 똑같은 인간들을 무수히 복제하여 대량생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어떤 신문은 유전자 복제가 악당의 복제에 이용될 수 있다느니 노벨상 수상자의 유전자가 밀거래 될 가능성이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고 다른 신문은 복제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들을 복제해서 부모의 슬픔을 달래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극적 효과를 노리는 과대선전일 뿐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공동선 97년 5.6호 김동광 과학세대 대표).
인간복제는 허구라 하더라도 현재 유전공학이 이루어놓은 성과가 경이로운 것은 사실이다. TV에서 한 유전공학자가 하는 말을 들었다. "유전자 공학은 역사상 어떤 과학이나 산업혁명보다도 생물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가히 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생명의 유전적 공식을 변형하여 이 신과학은 자연과의 새로운 결합에 의해 새로운 종(種)의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이 신과학은 두 번째 창세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수백만년의 진화를 재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당당하게 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좥새로운 종의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좦는 생각에 대해 성서적 빛으로 깨어있을 필요가 있다.
"창세기에 드러나는 전반적인 창조계는 놀랍도록 다양한 모습이며 이 다양성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창조주를 찬양하는 이유인 것이다…우리는 자신이 유한자이며 불완전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이라는 우리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 또한 자연은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며 우리들 또한 피조물이며 다른 모든 창조된 사물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공동선 5.6호).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고 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이 세상 자연만물에 대한 영예로운 통치권을 주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느님께서 창조해 놓으신 다양한 존재들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을 말한다. 보다 더 하느님의 선한 뜻에 맞갖게 발전시키는 것이 인간의 임무이다. 다스린다는 것이 함부로 생태계를 교란시켜 본래의 존재의 품위를 파괴한다는 뜻이 아니다. 좥새로운 종의 탄생 예고좦는 말하자면 사자, 뱀, 양의 혼합인 키메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동물) 같은 괴수의 출현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는 이미 완벽한 아름다움과 품위를 지니고 있는데 신과학이 그 생명의 법칙을 파괴하고 교란시킴으로써 신적인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이 시점에서 인류가 해야하는 최대 최선의 일은 인간 존재의 품위를 잃지 않고 동시에 하느님의 정성어린 손길이 담긴 삼라만상의 본래 모습을 존중하는 일이며 더 이상 괴품종의 출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