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중반. 카메라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피사체는 상처입은 동족의 슬픈 얼굴이었다. 살아 남기 위해 이중삼중 뼈 휘는 노동을 하는 여인, 굵은 주름이 이마를 덮은 지친 노동자, 자선을 바라는 눈먼 걸인….
극단적인 소외와 가난, 불평등의 일관된 주제를 통해 인간 존엄의 숭고한 정신을 전하고자 했던 얼굴사진 전문작가 최민식(빈첸시오.70)씨. 그는 41년간 독일, 인도, 네팔, 이집트 등 40여개국을 다니며 얼굴에 감추어져 있는 인간의 진실을 렌즈에 포착해 왔다.
최씨는 특히 5?8의 얼굴, 6?5의 얼굴, 4?9의 얼굴 등 격동기의 국내 역사현장에서 절망과 비극과 한이 서린 민중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가 무척 가슴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좬인간의 진실을 어떻게 표상화하고 예술화하는가를 생의 보람으로 여깁니다. 제 사진 통해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어요좭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가장 거부감을 표시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하는 최씨는 인물 촬영하면서 곤혹스러운 일도 많이 당했다. 멱살잡힌 일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간첩으로 오인돼 파출소를 들락거린 사건도 수십차례에 이른다고 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성능 좋은 카메라가 많이 있어 멀리서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좬저의 사진작업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나 호기심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통찰과 분노의 사회 고발입니다. 고난과 시련을 겪는 인간으로서의 아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어요좭
한국 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이자 미국 사진가협회 회원인 최민식씨. 고희(古稀)의 나이에도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식을 줄을 모른다. 미국.일본 등 7개국에서 15회의 개인 초청전을 가진바 있는 최씨는 지금까지 9집의 사진집을 출간했고, 공개된 작품사진만도 5천여점에 이른다. 그는 내년에 최근 촬영한 사진과 미공개 사진 등을 모아 10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실력을 공인받은 몇 안되는 국내 사진작가중 한명인 최씨는 지난 62년 대만국제사진전에서 처음으로 2점이 입선된 이후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20여개국의 여러 사진공모전에 220점이 입상.입선돼 국내외 사진계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현재 부산 인제대학 및 부산예술대에서 후학지도에 자신의 열정을 쏟고 있는 최민식씨는 주님께서 부르실 그날까지 좥모든 인간은 모두 형제좦라는 사실을 사진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좬돌이켜보면 아쉬웠던 점도 많지만 남은 인생 작품활동과 학생들 지도에 다 바치고 싶습니다. 앞으론 그동안 축적된 나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생생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어요좭
[98년 사진 영상의 해 기획 - 한국 가톨릭 사진작가들] 17. 얼굴사진 전문작가 최민식씨
얼굴에 감추어져 있는 인간의 진실 렌즈에 담아
사회의 모순·부조리·분노에 대한 고발
고난·시련 겪는 ‘인간으로서 아픔’에 초점
발행일1998-11-15 [제2127호,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