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 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 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못에 관한 명상」중 ‘고백성사’)
김종철 시인(아우구스티노 ·62)은 지난 1992년 시집 「못에 관한 명상」에서 자신의 시 세계를 압축하는 두 가지 화두로 ‘못’과 ‘신앙’을 제시했다. 스스로 ‘못의 사제(司祭)’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가 새해 첫 자락에 자신의 일곱 번째 시집「못의 귀향」(시학/136쪽/1만원)을 냈다. 2005년 친형 김종해(68) 시인과 함께 모친의 15주기를 기념한 시선집「어머니, 우리 어머니」출간 후 4년 만이다.
전작에서 ‘가슴 속에 박힌 대못’의 아픔과 ‘구부러진 못대가리’의 슬픔을 노래하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못’에 대한 향연을 이어간다. 스스로 ‘못’이 되어 목수의 손가락 끝에 서기도 하고, 망치질과 못질의 경계에서 관 뚜껑을 덮기도 한다. ‘아내의 십자가’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겸허하게 돌아본다.
‘신혼 시절 가끔 부부싸움을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아내는/ 나를 자신의 십자가라고 했습니다/ 남몰래 울기도 했다 합니다/ 나는 오래도록 잊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환갑에 이른 내가/ 아내의 십자가에서 내려갈 차례가 되었습니다/ 개밥바라기별이 뜰 때까지/ 망치 든 자는 못대가리만 보고 있습니다/ 저무는 당신의 강가에는/ 아직 세례자 요한이 오질 않았습니다’ (‘아내의 십자가’)
시집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큰 줄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귀향’이다. 여기서 ‘못의 귀향’이란 ‘못의 회향’을 의미한다. ‘진정한 나’로서의 귀향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나, ‘참 나’를 향한 전진의 첫 걸음이다. 지나온 세월은 육신에 못이 박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이젠 그 못을 하나씩 뽑으며 마지막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이다.
‘…부활은 못 박고 못 빼는 일입니다/ 한 몸에 구멍난 천국과 지옥/ 몸 바꾼 당신이 소풍가는 날입니다…’ (‘못의 부활’ 중)
문학평론가 김재홍 교수(경희대 국문과)는 “김종철 시인의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은 그의 신앙적 경건성과 간절함”이라면서 “이 시집은 세상 어느 곳에선가 못 박고 못에 찧이고 또 못 뽑히면서 살아왔고, 또한 오늘도 하나의 못으로 이 풍진 세상에 고달프게 서서 살아가고 있는 60소년 떠돌이 시인의 참회록과 같다”고 전했다.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김종철 시인은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지난해 시력 40년을 맞았다. 제13회 정지용문학상, 제3회 편운문학상, 제6회 윤동주문학상, 제4회 남명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시인협회 이사와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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