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정에서 길어 올린 내면의 이야기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유안진(클라라·67·서울대 명예교수) 시인이 새 수필집 「사랑, 바닥까지 울어야」(서정시학/273쪽/9900원)로 돌아왔다. 수필집으로는 지난 2004년 펴낸 「그림엽서 한 장 띄워」 이후 5년 만이다.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진정한 우정에 대한 희망이 담긴 작품이었다면, 「사랑, 바닥까지 울어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수필집에는 표제작을 비롯해 ‘남성 과일’, ‘지옥이 더 좋을까’, ‘나는 마흔한 살 왼손이다’ 등 50여 편의 에세이가 실렸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올해로 문단생활 44년을 맞은 시인이 짧지 않은 인생의 여정 속에서 길어 올린 내면의 이야기들이다.
‘우리 시대 감성시인’이란 호평을 받으며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활동해왔지만, 지난 세월 그에게 있어 출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까지도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와 ‘시인’이라는 두 개의 명찰을 나란히 달고 살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수필집에서 자신의 이런 생각을 드러낸다. 일생에서 가장 잘한 것도, 가장 실패한 것도 모두 시인이 된 것이라는 푸념 아닌 푸념이다.
‘시라는 악마, 시라는 귀신, 시라는 도깨비한테 내 평생 홀리고 넋이 빼앗겨 조종되어 인생을 망쳐왔으면서도, 더더욱 홀리고 혼을 빼앗겨 살기를 바라고 소원할 뿐이다. 이 무슨 구원 불가능한 악마 중독증이란 말인가!’(90쪽)
표제작 ‘사랑, 바닥까지 울어야’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진복팔단’(眞福八端) 중 ‘슬퍼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뒤늦게야 깨닫게 됐다고 고백한다.
‘밑바닥까지 울고 싶다. 조용히 오래 바닥까지 흐느끼고 싶고, 남의 울음까지 울고 싶고, 세상의 울음을 대신 우는 바다처럼 넘치게 울고 싶은데도, 울 수 있는 행복은 어딜 가서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는가?’(34쪽)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대신해 ‘바다처럼’ 넘치게 울고 싶다고 고백하는 유안진 시인.
그가 한 권의 수필집을 통해 전하는 넉넉함과 따스함은 초겨울의 사색과 낭만의 추를 드리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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