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고 메마른 모래언덕. 생명보다는 죽음으로 가득 찬 공간인 사막(沙漠). 그러나 3~6세기 수많은 가톨릭 교부와 수도자들은 사막을 기도와 정화의 공간으로 삼았다. 침묵과 고독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나갔다.
사막의 전통과 고대 수도승들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정을 기록한 아주 특별한 순례기가 출간됐다. 「사막에서 길을 묻다」(생활성서사/212쪽/1만원)다.
‘순례’하면 대개 성경에 등장하는 장소나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성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뜻하기 마련. ‘사막’을 순례하며 ‘고대 수도자’들의 삶과 말씀을 찾아 떠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특별하다.
지은이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는 현재 미국 뉴멕시코주 성 베네딕도회 관상수도원에서 고독과 침묵 속에 수도생활을 하고 있다.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분도출판사), 「스승님, 기도란 무엇입니까?」(생활성서사) 등의 저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고대 수도승을 찾아 떠나는 영성여행’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집트 나일 강의 ‘니트리아’를 시작으로 콥트정교회의 여러 수도원들을 찾아간다. 와디 알 나트룬의 여러 수도원들을 비롯해 고대 은수자들의 안토니우스 수도원, 바오로 수도원, 파코미우스 수도원, 몬테카시노 수도원 등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수도원들이 하나하나 펼쳐진다.
지은이 허신부는 이 책을 통해 고대 수도자들이 사막에서 찾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죽음에 이르는 고통과 위험을 감수해 낸 그들의 뜨거운 사랑과 믿음은 어디에 있었는지를 스스로 자문하며 그 발자취를 따라간다.
한 마리 모기를 죽인 후 양심의 가책으로 6개월을 늪 속에서 보낸 성인, 스승의 명에 따라 사랑과 정성으로 사막 한가운데의 마른 나무 지팡이에서 3년 만에 새싹을 피워낸 성인, 금욕 생활을 위해 빵 한 조각으로 3년을 지내고 욕구를 참기 위해 벌거벗은 채로 우물곁에서 밤을 지새운 성인….
이처럼 자신은 철저한 절제의 삶을 살면서도 이웃과는 풍요로운 나눔을 실천하며 주님의 사랑을 전한 성인들의 이야기는 참 신앙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확신에 찬 답이 될 만하다.
허성준 신부는 책 말미에서 “주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불타는 열정만이 세상적인 모든 가치를 거부하게 하고 어떤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서도 희망을 간직하며, 끊임없이 하느님 나라를 향한 순례를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이번 순례를 통해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구입 문의 02-945-5986~7 생활성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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