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중견작가 오정희(실비아·61)씨가 우화소설집 「돼지꿈」(랜덤하우스코리아/228쪽/1만원)을 냈다.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 이후 2년 만이고, 소설로는 1996년에 출간된 장편 「새」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문단생활 40년 동안 그는 모두 다섯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오정희 우화소설’이란 부제의 이번 책은 그가 등단 이후 각종 잡지와 사보 등에 발표한 짧은 소설 스물다섯 편을 모은 콩트집이다. 정식 단편집이나 장편소설이 아닌 원고지 20장 이내의 콩트를 모았지만 ‘오정희 문학’이 풍기는 매력은 여전하다.
굳이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도 않았고 과작(寡作)인 탓에 세상에 남긴 작품도 그리 많지 않지만, 오씨는 늘 한국문학의 큰 산맥으로 자리해 왔다.
특히 일상적인 대화체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섬세함을 갖춘 그의 문장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후배 작가들의 이상적 지점이 되어 왔다. 실제로 소설가 신경숙씨와 공지영(마리아)씨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오씨에게 기대며 그의 문학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 담긴 우화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우리네 인생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과 삶의 철학을 전함으로써 ‘어, 이건 꼭 내 이야기 같아’ 혹은 ‘그래 맞아, 맞아’하는 공감을 길어 올린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년 여성들이다.
표제작 ‘돼지꿈’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중년 여성이 열차 속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여성이 버리고 간 아이를 거둘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밖에도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젊은 날은 사라져 버리고 한밤 중 목메어 울거나(아내의 30대), 남편의 술버릇을 고치기 위해 대낮부터 소주병을 들이켜기도 하고(맞불지르기), 자식걱정에 노심초사 눈물짓다가(아내의 거울), 성장한 아이들과 남편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도(가을여행) 하는 등 소설 곳곳에서는 우리들의 아내이자 어머니, 여동생들의 애환과 소박한 웃음이 묻어난다.
오씨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일상의 한 겹 안쪽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실핏줄처럼 섬세하고 복잡하게 얽힌 기쁨, 열망, 사랑, 슬픔, 분노 등이 삶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우리네 인생이란 이 같은 추상적 단면들이 이루는 무늬의 연속이리라.’
오정희씨는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으로 등단한 이후 이상문학상(1979), 동인문학상(1982), 동서문학상(1996), 오영수문학상(1996) 등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새」로 리베라투르상을 받았다. 이는 해외에서 국내 작가가 수상한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또 2007년 본지가 주관하는 제10회 한국가톨릭문학상에서는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