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좀 찍는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도 성지의 풍경 앞에서는 어떤 찰나에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할 지 망설이게 된다.
사진기자 출신의 김철호(스테파노. 51. 서울대치4동본당)씨 또한 마찬가지다. 성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계절이 변할 때마다 같은 장소를 몇 번이고 찾아가야 했다.
5년 동안 전국의 성지와 성당을 누비며 순교자들의 얼과 신앙의 발자취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 온 김철호씨가 ‘순교자의 땅 믿음의 못자리’(들숨날숨/397쪽/10만원)를 냈다. 전국 각 교구 성지와 사적지 140여 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사진집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으로부터 한 가지씩 재능을 받고 세상에 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탈렌트가 사진이란 걸 알고부터, 언젠가는 꼭 하느님께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400쪽에 이르는 이 사진첩은 그런 간절한 소명의식 속에서 태어났다.
김씨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밤에는 꼭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하늘부터 보는 습관이 생겼다. 날씨가 좋다 싶으면 그 길로 카메라 장비를 꾸려 성지로 달려갔다. 사진 속에 자신의 얕은 신앙이 드러날까 싶어 ‘레지오 마리애’ 활동과 ‘성서 100주간’을 수료하며 신앙의 끈을 단단히 고쳐 맸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그의 작은 ‘신앙고백’은 사진집 안에 그대로 투영됐다. 꾸밈과 부풀림은 물론 자기 내세움도 찾아볼 수 없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여느 성지 사진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그는 서문에서 “사진을 시작한 지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순교 성지와 사적지를 답사하고 기록한 지난 5년간의 사진 작업은 참으로 거룩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사진집이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교우들에게 작은 묵상서로서 사랑받길 기대해 본다”고 적었다.
김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의 성지를 둘러보는 것. 그는 가톨릭교회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 바티칸을 비롯해 예루살렘과 파티마, 루르드, 타르소 등 해외의 순례지와 성지들을 차근차근 둘러볼 계획이다.
박정일 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추천사에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빛 안에서 떠나는 성지순례는 하느님을 향한 충성심과 순교자들에 대한 공경심, 그리고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을 체험하게 하는 아름다운 여행이다”며 “이 책이 거룩한 여행의 훌륭한 안내자이며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김철호씨는 스포츠서울,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사진기자를 지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스포츠사진전문 통신사 SPORTSPRESS(스포츠프레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구입 문의 02-53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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