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지혜, 숨결 느껴보세요”
성지순례와 관련한 우스갯소리 하나. 일주일 동안 성지순례를 하고 돌아오면 개인 홈페이지에 성지 사진을 가득 담을 수 있단다. 한 달 동안 성지순례를 하면 책을 한 권 쓸 수 있다. 그러나 일 년 이상 성지순례가 계속되면 그곳에 머물러야 한단다. 참된 신앙에 푹 빠져 영영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성지순례는 보고 즐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구도의 여정이며, 성경의 땅을 밟고 느끼는 과정이다. 신앙의 유무를 떠나 성지순례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성지순례에 관련한 눈에 띄는 신간이 출간됐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이스라엘 예루살렘까지 총 14개 성지 순례 길에서 기록한 순례기 ‘유럽의 성지기행’(프리트헬름 그레베/김택완 옮김/부엔리브로/304쪽/2만5700원)이다.
저자 프리트헬름 그레베는 독일 슈타일 선교수도회 소속의 부제(副祭)이면서, 67회의 예루살렘 순례와 50회의 루르드 순례를 이끈 독일 최고의 성지순례 안내자다.
덕택에 이 책은 순례자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구도자적 성찰이 배어있는 아주 특별한 기록물이 됐다.
그레베 부제는 자신이 직접 성지를 순례하며 느낀 체험을 감수성 짙은 유려한 문체로 담아냈다.
온몸으로 겪은 체험담에 사특한 마음이 깃들 수 없듯, 문장 하나하나는 진정성으로 맺힌 땀방울과도 같다. 여기에다 각 성지의 유래와 역사, 성경 속 인물 해설, 교회사적 시각까지 살뜰하게 살펴 꼼꼼하게 정리했다.
책은 그리스도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 로마와 예루살렘을 비롯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파티마, 루르드, 토리노, 아시시, 파도바 등을 소개할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성지, 즉 알트외팅과 바뇌, 케벨라어, 쳉스토호바, 마리아첼 등 유럽인들도 쉽게 순례하기 어려운 곳들도 소개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쯤 꼭 다녀오고 싶은 순례지와 성지들이 하나하나 펼쳐진다.
각 성지 소개 뒤에는 그 나라와 지역의 간단한 정보와 볼거리, 특이한 행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 유용한 정보를 실었다.
이 책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도 ‘유럽판 문화유산답사기’ 같은 분야의 교양서로 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는 추천사에서 “순례는 세월을 넘어 과거의 훌륭한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주며, 함께 순례하는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지혜를 배우도록 해준다”며 “이 책을 통해 오랜 세월을 건너 뛰어 예수님과 성모님, 사도들, 그리고 여러 성인들의 숨결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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