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로 전하는 사랑 나눔 25년’
교회 첫 전화상담 전문기관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 전화’(회장 이양순 아가타)가 개설 25주년을 맞았다.
사반세기 동안 ‘나눔의 전화’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보듬고 상담하며 소외된 우리 이웃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해왔다.
나눔의 전화벨이 처음 울린 것은 1983년 9월 5일. 협소한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다락방에서였다. 4개월간의 자원봉사자 교육을 수료한 1기 상담원들이 수화기를 들고 이웃들과 말 못할 고민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나눔의 전화는 고민을 상담하며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 메마른 사회 안에서 사랑에 허덕이며 갈증을 호소하던 음지 사람들에게 나눔의 전화는 단비와 같았다. 1984년부터 1992년까지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던 나눔의 전화는 1992년 12시간, 2002년 9시간 체제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12시간(오전 10시~밤10시)동안 전화를 열어놓고 있다.
나눔의 전화 상담건수는 한 해 8천여 건. 하루 평균 30여 통의 전화가 오는 셈이다. 상담내용은 30%이상을 차지하는 부부·가정문제에서부터 이성, 인생, 사회문제까지 다양하고, 상담을 청하는 사람들도 청소년들부터 팔순 노인까지 다양하다.
나눔의 전화가 25년간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동반자로, 교회의 대표적인 전화상담기관으로 자리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목소리의 주인공인 상담원들이 있었기 때문.
1983년 1기 상담원을 시작으로 14기까지 500여 명이 넘는 상담원이 나눔의 전화 역사와 함께 했고 현재도 10개 팀 100여 명이 무급 자원봉사로 가톨릭회관 4층 상담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상담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고자 6개월간의 첫 교육을 비롯해 매달 팀별 교육과 세미나, 전체 상담원 교육 등도 갖고 있다. 각 팀에는 이정국 원장(논현정신과의원), 김종오 신부(예수성심전교수도회), 한철호 신부(한강성심병원 원목실), 이선희 소장(은행나무 부부상담연구소 소장) 등 상담분야 전문가들이 ‘지도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의 삶을 살고자 자발적으로 나눔의 전화 상담을 시작했지만 상담원들에게 한 달 10시간 가까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전화로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음란 전화나 상습적인 장난 전화를 받을 때는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회할 때도 많다고 상담원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정성어린 상담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수 있고 이 사회를 더욱 밝게 만들 수 있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25년간 나눔의 전화 상담원으로 활동한 이양순 회장은 “10년 넘게 전화를 걸어 온 한 성폭력 피해자가 나눔의 전화를 통해 용기를 얻고 이제는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싶다고 말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며 “수화기 너머의 이름 모를 내담자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주인공이고 내가 조금이나마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생각을 가지며 모든 상담원들이 기쁘게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 전화는 9월 24일 오후 1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3층 대강당에서 ‘나눔의 전화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특강과 미사, 다과회 순으로 이어지는 이날 행사에서는 박경희, 박인숙, 이광자씨 등 25년·20년 근속자와 500∼2000시간 이상 봉사한 장시간 상담봉사자에게 상패와 감사장이 수여될 예정이다.
※ 문의 02-752-4411~3 나눔의 전화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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