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느끼는 순교자 삶·신앙
9월은 순교 선조들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고 그 모범을 본받고자 노력하는 ‘순교자성월’이다.
순교자성월을 맞아 관련도서 좀 읽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는 매번 망설여지기 마련. 그럴 땐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그린 문학책을 권한다.
순교자 전기나 증언록, 역사서 등이 좀 딱딱한 느낌을 준다면 문학성을 띤 작품들은 편하게 읽을 수 있어 부담이 없다. 한국교회의 순교문학은 저변이 그리 깊지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순교자성월을 맞아 읽어볼 만한 문학 작품들을 소개한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소설가 박도원(황석두 루카·70)씨가 쓴 ‘순교자의 나라’(전 4권/예담)다. 모두 4권으로 이뤄진 이 책은 한국 천주교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던 1801년 신유박해와 1839년 기해박해 속에서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신앙 선조들의 장중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 땅에 천주교가 전래되기까지의 과정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소상히 밝히고 있어 소설을 읽으면서 한국천주교회사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 순교 문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고 한무숙(클라라. 1919~1993)씨의 소설 ‘만남’(전 2권/을유문화사)이다. ‘순교문학의 꽃’으로 꼽히는 이 책은 다산 정약용과 그의 조카 정하상을 두 축으로 한국교회 초창기 신자들의 삶과 신앙을 빼어난 문체로 형상화했다. 미국, 프랑스, 폴란드 등지에서도 번역 출간돼 절찬을 받았으며,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소설가 노순자(젬마. 64)씨의 ‘누이여 천국에서 만나자’(성바오로)는 동정 순교자 이순이(루갈다), 유중철(요한) 부부의 삶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1991년 첫 출간된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순교 문학의 스테디셀러로 추앙 받는다.
고 윤의병(바오로·1889~?) 신부의 ‘은화(隱花)’(전 2권/한국교회사연구소)도 놓칠 수 없는 수작. 1939년 1월부터 1950년 6월까지 10여 년 동안 ‘경향잡지’에 연재됐던 이 작품은 충북 진천의 배티성지와 용진골 일대를 무대로 혹독한 박해의 소용돌이 속을 헤쳐 가는 한 부부의 신앙생활을 그린 ‘군난(窘難)소설’이다.
‘어은동 사람들’(도서출판 서랑)은 전북 지역의 대표적 교우촌인 진안 ‘어은동’을 배경으로 1845년 기해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천주교 신자들의 삶을 조명한 역사소설이다. 박해를 피해 어은동으로 숨어들어가 비참하고 참담한 삶을 살면서도 신앙으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신자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재구성했다.
‘강 건너 저편’(바오로딸)은 우리나라 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인 중 한 사람으로 꼽는 정하상(바오로) 성인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한국가톨릭문인회장을 지낸 신중신(다니엘·67) 시인이 펴낸 이 책은 정하상 성인의 행적을 통해 조선 땅에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조명한다.
배달순(사도요한. 70) 시인의 ‘아! 김대건 신부’(동이)는 성 김대건 신부의 사목적 삶과 영성을 노래한 장편 서사시집이다. 지난 2006년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6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김신부의 전 생애를 마치 곁에서 지켜본 듯 감격어린 시어로 묘사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동화작가 고 정채봉(프란치스코. 1946∼2001) 선생의 유작 ‘가시넝쿨에 돋는 별’(샘터)을 권한다. 이 책은 14세에 순교한 소년 성인 유대철(베드로)의 삶을 작가 특유의 ‘동심’의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밖에도 ‘겨울나무’(가톨릭출판사 으뜸사랑)는 이정희(바르바라)·영희(막달레나) 자매 성녀를 중심으로 조선조 후기 성녀들의 삶과 신앙을 재조명한 어린이 역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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