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 뒤에 숨은 슬픔을 안아주세요
‘그들은 착해빠진 마마보이도 아니었으며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철부지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끼가 많고 배짱이 두둑한 똑똑한 아이들이었으며 당당히 미래를 선택하고 결정할 줄 아는 제법 철학적인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치부했던 어른들이 부끄럽습니다.’
청주교구 가톨릭 대안학교 양업고등학교(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 교장 윤병훈 신부가 은경축을 맞아 눈물겨운 10년 교육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제목부터 다소 도전적인 ‘너 맛 좀 볼래!’(윤병훈 신부 지음/다밋/314쪽/1만3500원)에는 아이들의 반항과 눈물, 슬픔 등이 어려있다.
윤신부는 책을 통해 “아이들의 반항이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됐다”며 “왜 그런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 학생들의 여린 눈물과 슬픔을 본다”고 고백한다.
1998년 중도탈락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시작하고 그들과 고통스러운 힘겨루기를 한 지 10년. 이제 윤신부는 그들의 대변자가 돼 스스로 학생들 편에 서서 반항을 이야기한다.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 아래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결국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자 희생물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윤신부는 동시에 모든 어른들을 대표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자발적으로 용서를 구한다. 어른과 청소년들을 위해 마땅히 가져야할 책임을 물으며 그 길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윤신부는 10년 전 처음으로 만나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학생들이 10년 후 학교를 찾아 자신과 만난 일화를 전하기도 한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환한 얼굴을 나는 다시 한번 바라봅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헤어져야 하는 이 자리가 못내 섭섭합니다. 개교 10주년을 맞이해 그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욱 더 잘 살아라. 안녕!’
그는 책 속에서 대안학교라는 큰 교육의 실험현장 속에서 얻어낸 생생한 체험과 함께 양업고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을 책 뒤편에 실었다.
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은 저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어른들의 자성적인 고백서요, 아이들을 야단치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종의 참회서”라고 말했다.
윤신부는 1950년 충북 청원 출생으로 4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던 중 1978년 광주 가톨릭대학교에 편입, 동 대학원 수료 후 1983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충주 교현동 보좌와 매괴고등학교 윤리교사를 역임했으며 1998년 양업고등학교를 개교, 현재까지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4년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 석사, 2008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교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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