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선녀
구자명/이마주/290쪽/1만원
그래도 꽤 살만한 세상이지?
평범한 사람들의 가정·직장 문제 등 다뤄
신파극 넘어 삶의 지혜·따스한 감동 선사
중견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51)씨가 신작 소설집 ‘날아라 선녀’를 냈다. 지난 2003년 제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첫 소설집 ‘건달’(나무와숲/288쪽/8500원) 이후 5년 만이다.
1997년 마흔이라는 늦깎이 나이에 등단, 창작과 번역작업에 매달려 온 구씨는 우리 시대의 뭇 작가들과는 다른 행로를 걸어왔다. 굳이 인기에 천착하지도 않았고, 과작(寡作)도 피해왔다. 늘 인간구원의 주제 의식을 ‘화두’로 던지며, 휴머니즘을 추구해 왔다. 그러고 보니 영락없는 ‘부전여전’이다. 작고한 아버지 고(故) 구상(세례자 요한·1919~2004) 시인과도 제법 닮은 점이 있다.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린 이번 소설집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팍팍한 세상살이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 사회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나름대로의 사연을 들려주며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빚에 시달리는 중년 가장,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어쩌지 못하는 아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목사와 그의 아내, 직장을 때려치우고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리는 실업자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 보면 마음이 짠해 온다.
그러나 눈물의 신파극으로만 노선을 정리한다면 구씨의 소설이 아닐터. 이토록 모질고 험한 세상에서도 갈 길 잃은 우리에게 이정표가 되어줄 지혜(귀로)가 있고, 경제적으로는 쪼들리지만 사랑받아 행복(호야 이모)하며, 명예를 얻지는 못했지만 떳떳한 삶(날아라 선녀)이 있기에 책장을 덮을 때 즈음 마음은 훈훈해진다.
문학평론가 정현기(세종대학교 초빙교수)씨는 작품 해설에서 “구자명은 생각의 널뛰기가 넓고도 높깊어 우리 삶판이란 게 꽤 애달픈 짓거리라는 걸 다 알고 그걸 글로 옮겨, 마치 무당 굿하듯이 우리를 울리거나 웃기는 말꽃(작품)놀이를 솜씨 좋게 벌여 놓았다”고 평가했다.
표지 그림을 비롯해 책 곳곳에 실린 삽화들은 서양화가인 남편 김의규(가브리엘·53)씨의 작품이다. 김씨는 소설가 한수산씨가 본지에 연재하는 소설 ‘아, 최양업’의 삽화를 그리고 있다.
구자명씨는 1957년 경상북도 왜관에서 태어나 미국 하와이 주립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계간 문예지 ‘작가세계’에 단편소설을 추천받아 등단한 후 소설 창작과 번역을 겸하고 있다. 작품집 ‘건달’을 비롯해 다수의 번역서가 있으며, 한국가톨릭문학상과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