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숨은 가르침 들려줘
소설가 최인호(베드로·63)씨가 신작 산문집을 냈다. ‘선답(禪答)에세이’라는 부제의 ‘산중일기’(랜덤하우스/304쪽/1만1800원)다.
올해로 문학인생 45년을 맞은 저자가 45편의 산문을 ‘일상’, ‘욕망’, ‘해탈’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일상의 어느 길목에서, 기억 속 어느 모퉁이에서 찾은 깨달음과 삶이 전해 준 가르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가 최인호는 세상의 주목을 받는 세칭 ‘인기 작가’다. 1967년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등단, ‘별들의 고향’, ‘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가족’, ‘상도’, ‘해신’, ‘유림’ 등 숱한 소설을 펴내며 서점가를 주름잡아왔다.
그가 쓴 작품의 대부분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상당수는 영화나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좀 다르다. 전작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틀리며, ‘인기 작가’ 최인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세상살이에 조금은 모자라고, 잔정은 많지만 표현하는데 서툴고, 아내를 선생님이나 이모쯤으로 여기는 조금 어수룩한 사내가 있을 뿐이다.
최인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불교에 대한 관심도 지극하다. 그는 특히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승려들과 교우하며 불경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책 제목을 굳이 ‘산중일기’라 붙인 이유다.
이제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그는 자신이 지나온 ‘삶’이라는 여행지를 되돌아보며, 한 사람의 생애 속에 얼마나 깊고 많은 가르침이 숨겨져 있는지를 들려준다.
최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엄격한 수도원’이라고 강조하며, 가족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 속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는다. 아내와 아이들은 여전히 스승이고 부처님들이며, 그것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9개월 된 손녀 정원이조차도 그에게는 ‘주님이며, 문수보살’이다.
욕망과 해탈에 대한 그의 단상들을 읽다보면 고즈넉한 산사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풍경소리와 물소리가 들릴 듯한 문장이 남기는 여운이 쉽사리 가셔지지 않는다.
이밖에도 책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갔던 여탕에서의 추억, 고등학교 때 한 여고생으로부터 ‘제발 내의 좀 빨아 입고 다녀라’라는 편지를 받은 기억 등 ‘인간 최인호’의 모습도 소개됐다.
최씨는 본문에서 ‘나는 요즘 내 집을 산속에 틀어박힌 절처럼 이 사회의 망망대해에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놓고 그곳에 칩거하며 느림과 무사(無事)의 철학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나는 모든 이들을 만나러 조용히 내 삶의 순간을 더듬어 가고 있다’고 적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