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톨릭 유산, 한 권에 담았다
현 교황과의 인연 계기로 회두
가톨릭의 문화 역사 전통 소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가톨릭교회의 위대한 유산 속에서 살고 있다. 신앙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 보화들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넓고 깊게 퍼져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맥주는 원래 ‘성 베네딕토 수도회’의 발명품이다. 매년 찾아오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는 실제로 이탈리아의 순교자 ‘성 발렌티노’ 주교가 마을의 연인들을 위해 축제를 벌인 데서 비롯됐으며, 초콜릿은 남미의 한 ‘수도원’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모차르트와 바흐의 음악을 듣고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결국에는 가톨릭교회의 문화유산을 누리는 것이다.
이처럼 가톨릭 문화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다양한 상식을 사전 형식으로 소개한 ‘가톨릭에 관한 상식사전’(페터 제발트/이기숙 옮김/보누스/328쪽/8500원)이 출간됐다.
저자는 독일 보훔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페터 제발트. 그는 어린 시절 성당에서 복사를 하며 사제의 길을 꿈꿨으나, 시대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빠져 회의론자가 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그는 점차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게 되고, 결국 1996년 당시 ‘가톨릭 정통 신앙의 수호자’로 추앙받던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과의 만남을 통해 교회로 돌아오게 된다.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랑 받는 신심서적 ‘이 땅의 소금’은 페터 제발트가 몬테카시노의 성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라칭거 추기경과 장시간 대담을 나눈 뒤 펴낸 책이다.
‘가톨릭에 관한 상식사전’은 평소 지독히 ‘반’가톨릭적인 글만을 써온 저자가 가톨릭으로 다시 귀의한 후 펴낸 책 가운데 하나다. 이번 한국어판의 감수는 로마 떼레시아눔대학에서 영성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현식 신부(한국순교복자수도회)가 맡았다.
저자는 이 책을 호기심 많은 회의론자와 무신론자들을 위해 썼다고 하지만, 동시에 사려 깊고 경건한 신앙인을 위한 그것이기도 하다.
책의 외관은 ‘소사전’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그 내용은 2000년 역사의 가톨릭교회와 관련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 나면 더 재미있는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전통은 물론 여러 상징들, 숱한 보화들, 기적의 증거들을 친절하고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책은 성경 속 진기록들도 소개하며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성경에서 가장 짧은 구절은 요한복음 11장 35절의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가장 많이 거명된 여성의 이름은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로 성경에서 56번 언급된다. 또 가장 많은 가축을 소유한 욥은 양 1만4000마리, 낙타 6000마리, 소 2000마리를 길렀다.
이밖에도 1271년에 선출된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은 역사상 가장 긴 3년간의 콘클라베 끝에 교황에 올랐고, 교회 안에서 구름과 다이아몬드는 각각 ‘주 하느님이 말씀하시다’와 ‘불행을 막는 그리스도’라는 뜻을 가지며, 사제와 수도자가 입는 제의와 수도복의 세부 명칭과 유래 등 흥미로운 가톨릭교회 관련 상식 300여 항목을 담았다.
저자는 서문에서 “가톨릭교회의 보물과 유산은 편협해진 우리의 현실 감각을 일깨우고, 신성의 아름다움이 주는 큰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를 자각시킨다”며 “가톨릭교회의 유산과 함께 노닌다는 것은 인간 삶에 불변성과 영원성, 질서를 부여하는 일기도 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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