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
슈퍼마켓에 웅크리고 있는 한 아이, 은진이다.
은진이(마리아.19.인천 간석2동본당)는 늘 엄마가 일하는 슈퍼마켓에 나와 앉아있다. 11년간 ‘틱장애’를 앓고 있는 까닭에 어깨를 갑자기 움찔거리거나 괴성을 질러도 엄마 옆에 있는 것이 좋다.
집에 혼자 있다가는 갑자기 밀려올 경련이나 발작이 무섭기 때문이다. 엄마 마미숙(루시아.46)씨도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딸을 볼 수 있어 안심이다.
은진이는 틱장애 중에서도 심각한 ‘간질성’이다. 운동틱으로 인해 매초마다 어깨가 심하게 움찔거려 목 디스크가 왔고,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 두통에 시달린다. 음성틱 때문에 괴성이 흘러나올 때면 은진이는 무서워 눈물만 흘린다.
엄마는 딸의 병명을 8살 때 처음 알았다. 신경정신과에 데려갔지만 원인을 몰라 진정주사만 맞기를 수차례. 1년이 넘어 틱장애인 것을 알게 됐지만 만성이 됐다.
“밤이 되면 목이 부러질 것 같이 움직여요. 밤새 저와 딸 모두 울다가 잠듭니다. 정신병동에 가보란 소리도 들었어요. 그래도 전 제 딸, 정신병원에는 못 보냅니다. 끝까지 지킬 거예요.”
이런 일상이 반복되던 2003년, 아빠는 엄마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부부에게 불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혼 후, 엄마는 억척스러워졌다. 남편이 자신 명의로 빌린 대출금을 상환하며 노점상 속옷판매 등 안해 본 것이 없었다.
“죽으려고 계양산도 올라갔어요. 막상 올라가 발을 내딛는데 은진이 얼굴이 탁 떠올라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면서 소리쳤어요. 엄마가 나약해서 미안하다고.”
지난 2월, 은진이는 천안에 있는 전문한방병원을 소개받았다. 엄마는 슈퍼마켓을 그만두고 무작정 천안으로 떠났다. 여관방을 얻어 치료를 시작하자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달도 못 돼 돈이 떨어졌다.
의사선생님에게 매달려 진료비를 받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았지만, 여관비와 식비조차 감당할 수 없어 엄마는 짐을 꾸려야했다. 그날, 엄마는 지하철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많이 울었다.
“못난 부모 만나 우리 딸, 고생 많이 했지. 틱장애로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따돌림 받을 때도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은진이만 원망했어. 하느님, 당신은 우리 은진이를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
밤새 시달리다 잠시 잠이 들었던 은진이가 깼다. 꿈을 꿨단다. 자신 때문에 고생만 하는 엄마를 위해 집을 사드리는 꿈이다.
“엄마, 미안하고 고마워요. 내가 빨리 나아 효도할게요.” 발가락을 보며 나지막하게 내뱉은 은진이의 작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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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일 : 200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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