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아빠처럼 가깝고 편안한 분”
박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가톨릭 문단의 두 거장(巨匠), 소설가 박완서(정혜 엘리사벳·77), 최인호(베드로·62)씨가 나란히 묵상집을 선보였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라는 칭호 외에도, 이 두 작가는 하느님을 ‘아빠’나 ‘선생님’, 혹은 ‘당신’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며 인간적이고 편안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데 공통점을 갖는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하느님은 늘 가깝게 계신 존재이며, 이들의 기도는 기존의 신앙고백과는 또 다른 깊은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박완서의 하느님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열림원/296쪽/9700원)은 지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주보’의 지면에 박씨가 실었던 글들을 모아 재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도서출판여백에서 지난 1999년 ‘님이여 그 숲을 떠나지 마오’란 제목으로 나온 바 있다.
주보에 실린 글이라고 해서 박완서 특유의 ‘신랄함’이 사라졌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유의 반전에 이어지는 유머와 재치,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의 필력은 여전하다.
저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는 성경말씀에 대해 “저는 주님처럼 소금이 될 자신은 없지만 주님의 언행을 소금삼아 간이 맞는 인간은 되려고 노력하겠으니 저더러 다시는 소금이 되라고는 마옵소서”라고 고백한다.
또 “저는 당신을 놓칠세라 바싹 따라가는 짓 같은 것은 안합니다. 저는 제 자식들이 대학에 다닐 때도 아침마다 타일렀습죠. 데모할 때 앞장도 서지 말고 처지지도 말고 가운데쯤에서 안전하게 하라고 열심히 가르쳤지요”라며 자신의 ‘비열한 처세술’에 대해서도 참회하며, 열심히 살았으나 삶에서 그 보상을 받지 못했던 동창생의 죽음 앞에 하느님에게 극심한 분노와 의혹을 드러내며 추궁하기도(‘들어가지 않고는 나올 수도 없는 문’) 한다.
최인호의 하느님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열림원/280쪽/9700원)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또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영혼의 숨결과 손으로 참견하지 않은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교묘히 참견하여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므로 차라리 그러한 아버지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할 필요 없이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면 하느님은 마침내 하늘에만 머물러 있지 아니하고 내 마음속에 드리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 책 또한 1998~1999년 ‘서울주보’의 연재글을 모은 것으로, 지난 2000년 출간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의 개정판이다.
최씨는 성경 속 말씀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들, 일화와 연계시켜 소개한다. 그리고 말씀이 어떻게 문학과 미술, 음악과 같은 예술과 일상생활 속에서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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