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는 공존의 세계가 있습니다”
‘꽃 한 송이 사람 하나가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잠시 삶의 걸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진길 아우구스티노·53) 시인이 신작 산문집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좋은생각/328쪽/1만2000원)를 펴냈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이후 4년 만이다.
시인은 5년 전인 2003년 3월 심신 허약으로 쉽게 피로가 찾아오는 ‘자율신경 실조증’이란 병을 얻어 교사직을 그만두고 충북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 산방(山房)으로 들어갔다.
사실 시인이 살아온 삶은 ‘채워지기도 전에 닥닥 긁어 써버리는’ 소진하는 삶이었다.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욕망에 멱살을 잡혀 끌려 다니던’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삶이었다.
그 와중에 ‘접시꽃’ 같던 아내를 끝내 위암으로 떠나보냈고, 전교조 결성 혐의로 투옥돼 사랑하는 제자들과 헤어지는 가슴 아픈 시련도 겪었다.
숲 속 ‘산방생활’은 거덜난 몸과 마음을 되살리기 위한 그의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고요함과 평화를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자연은 그의 조각조각 찢어진 만신창이 영혼을 따뜻이 안아 치유해줬다.
책에 실린 58편의 글은 그가 숲에서 깨친 청안(淸安)한 삶의 이야기들이다. 산속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느낀 외로움과 기쁨, 사랑과 배려에 대한 속삭임을 작가 특유의 조근조근하고 담백한 문체로 풀어냈다.
‘숲에는 원수가 없습니다. 뺏고 빼앗기고 지배하고 짓밟는 싸움이 아니라 서로 하나가 되어 함께 공존하는 일체감과 원융합일의 세계가 있습니다. 원수 대신 내 안의 어둠을 걷어내고 찾아내야 할 신성이 내 속에 있습니다. 내 안에도 있고 나무에게도 있고 병아리를 품고 있는 어미닭에게도 있는 아트만(atman), 저마다의 하느님이 있습니다.’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삶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하여, 분노보다는 사랑에 대하여, 상처보다는 용서에 대하여, 거짓보다는 진실에 대하여, 그리하여 눈물보다는 미소에 대하여 고요히 묵상하는 우리 시대의 마음의 숲이 된 도종환 시인의 묵상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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