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용서 따뜻함 사랑을 담았습니다
누군가는 문규현 신부를 이 시대의 진정한 환경 파수꾼이자 생명 지킴이라 일컫는다. 다른 누군가는 그를 타협을 모르는 싸움꾼이자 데모하는 신부, 반미운동가라 혹평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문정현 신부(전주교구 은퇴)의 동생이자 평화동성당 주임신부로 기억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문신부가 세인들에게 다시금 각인된 것은 지난 2003년 새만금 갯벌 살리기를 촉구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기도수행 때문이다.
그는 2003년 3월 28일 수경 스님과 함께 전북 부안 해창갯벌에서 서울까지 총 305km 구간을 65일 동안 삼보일배로 걸었다.
눈물과 땀, 고난과 인내로 뒤범벅이 된 채, 함께 사랑하고 함께 기도하며 함께 걸었던 사랑의 여정.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이 기이한 순례행렬 앞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기나긴 여정이 끝나던 날 문신부도 울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막연한 적들을 향한 분노의 눈물이 결코 아니었다. 생명의 고통을 못 본채 눈감은 데 대한 사죄의 눈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눈물 너머로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를 보았다.
그 희망들이 묶여져 ‘그래도 희망입니다’(문규현 신부 글/홍성담 화백 그림/현암사/108쪽/8500원)란 책으로 출간됐다. 문신부가 이해와 용서, 사랑을 주제로 쓴 25편의 짧은 글에 홍성담 화백이 글에 걸맞은 따뜻한 그림을 더했다.
문신부가 이 책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화두는 이해와 용서, 따뜻함과 사랑이다.
그는 ‘용기는 열망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라며 ‘두려움을 안고 그냥 한 걸음 들어서’(17쪽)라 말하고, ‘함께라면 더 큰 세상이 보인다’며 ‘내 안에 다른 이의 자리를 마련하라’(89쪽)고 충고한다.
또 ‘벗들의 손을 놓지 않고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으며 용기와 신념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야 희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가는 길 자체가 희망의 성취’(105쪽)라 말한다.
이밖에도 책 곳곳에는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으면서도 생명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어민과 농민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을 읽어낸 따뜻한 글들이 실렸다.
문규현 신부는 서문에서 “‘희망’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며 다른 이들의 상처를 다독이는 것뿐만 아니라 저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며 “터무니없이 간략하고 부족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핀 꽃이 나머지 빈자리를 채워주리라 믿는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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