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천사를 찾자”
인간 희노애락 담은 그림과 시를 만난다
화가 조광호 신부(인천 가톨릭대 종교미술학부 학부장·60)의 천사 그림과 정호승 시인(프란치스코·57)의 시가 어우러진 시화집 ‘천사의 시’(대교베텔스만/200쪽/9000원)가 출간됐다. 조신부가 붓과 연필로 그려낸 천사 이미지에 정 시인이 짤막한 시구를 더한 시화집이다.
책 속의 천사 그림은 아기 같은 얼굴에 하얀 날개를 단 상상 속 천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분노를 드러내는가 하면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부처의 얼굴을 닮기도 했다. 안타까움으로 괴로운 천사, 추락하는 천사, 질문하는 천사, 상처 받은 천사도 있다.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조신부의 천사들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드러낸다. 100여 점의 천사들은 조신부가 지난해 5월 가나아트포럼에서 전시했던 작품들이다.
조신부는 “우리 모두에게는 천사의 속성이 있다”며 “자기 안에서 그것을 개발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상적인 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시인이 글 속에 담은 ‘천사’들도 마찬가지다. 천사들이 머무르는 곳은 하늘나라가 아니다. 남대문 시장 바닥, 뒷골목 술집, 서울역 노숙자들의 머리맡은 물론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이고 조는 한 가난한 사내의 가방 속에도 천사는 있다. 시인은 조 신부의 천사 그림을 “동네에서 마주치는 우리 삶 속의 천사”라고 평했다.
사실 이번 시화집이 나온 데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조 신부와 동화작가 고 정채봉(프란치스코·1946∼2001) 선생과의 인연 때문이다.
고인은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 조 신부에게 몇 차례에 걸쳐 “신부님이 그림을 그리고, 제가 글을 써서 예쁜 책을 한 권 만듭시다”라는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조신부는 당시 자신의 그림이 ‘거칠고 어두운 경향’이 있다는 이유로 선뜻 수락을 하지 못했다.
그 후 몇 해가 지나 정채봉 선생은 조신부에게 마지막 고해성사를 하고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장례미사를 주례한 조 신부는 고인의 제안에 응하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신부가 고인과 가장 친했던 정호승 시인에게 책을 엮어 내자고 제안한 것. 1년의 작업 기간을 거쳐 ‘천사의 시’는 그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정시인은 ‘우리는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서문에서 “조광호 신부님이 그리신 천사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내 인생에 이미 천사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기쁘다”며 “이 책을 통해 ‘천사가 된 정채봉 형’을 만나게 돼 감사한 마음 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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