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애-박도식 부부 수상집 ‘보랏빛 연가’ 출간

40년 세월 함께 한 부부의 ‘사랑 연가’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결혼. 신혼살림을 꾸릴 방도 없었다. 시부모님과 시누이 부부, 시동생을 모시고 살아야 했다. 오직 가진 재산이라곤 ‘사랑’ 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살짝 부엌에 나가 연탄을 갈아주고, 손수 아이들 목욕도 시켜주는 남편을 보며 이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다.

그러다 환멸기가 찾아왔다. 구박에 핀잔을 거듭하던 남편은 어느덧 반찬 투정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던 낭군은 사라지고 사감선생님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혼인생활을 후회하면서 서로 흔쾌하게 이혼장에 도장을 찍으려고도 했다.

그렇게 지내온 결혼생활 40년. 부부는 이제 서로를 ‘내 삶의 마중물’이라 부른다. 매일매일 사랑의 편지로 서로 대화하면서 사랑을 확인한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혼인성사 안에서 노력하면서 사는 성사적 부부가 될 것’을 약속하는 부부는 이제 둘이 아닌 하나가 됐다.

시 쓰는 아내 이소애(체칠리아, 65)씨와 사진 찍는 남편 박도식(스테파노, 70)씨. 40년을 함께 해 온 이들 부부가 그 세월을 담은 작은 책 한권을 펴냈다.

“2002년 남편이 대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5년 동안 살 수 있는 생존율이 30%라고 했죠.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함께 준비해 책을 펴내자고 했어요. 지난해 12월 결혼 40주년을 맞았는데 서로에게 좋은 선물이 됐답니다.”

이소애씨의 첫 수상집 ‘보랏빛 향기’(도서출판 계간문예/245쪽/1만5000원)는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보라색’은 회개와 속죄를 상징한다. 표지와 제목은 그 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사랑하는 부부로서 다시 첫발을 내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이소애-박도식 부부의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부부들의 이야기다.

책에는 40년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애환과 사랑,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느낀 단상들, 한 평생 우정을 나눠온 지인들에 대한 감사의 글이 실렸다. 시인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감수성 가득한 문체가 돋보인다. 이소애씨는 1994년 월간 ‘한맥문학’을 통해 정식 등단했으며, 전북여류문학회와 가톨릭전북문우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부(代父)의 작품집에 대자(代子)들도 마음을 보탰다. 책에는 박씨의 대자들인 전주교구 가톨릭사진가회 회장 유백영(가브리엘·유백영 법무사무소 대표)씨와 전임 회장 주영승(헨리코·우석대학교 한의학과 교수)씨의 작품 사진도 함께 실렸다.

부부는 매리지엔카운터(ME) 전주교구 1, 2, 3, 6대 대표 부부를 지냈다. 이씨는 “남들 보기에는 늘 닭살 가득한 잉꼬부부로 비춰졌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아픔과 서로의 노력이 있었다”면서 “각각 황혼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구입 문의 02-3675-5633, 063-275-4000



사진설명

이소애-박도식 부부가 출간한 '보랏빛 연가'에는 40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애환과 사랑,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느낀 단상들, 우정을 나눠온 지인들에 대한 감사의 글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