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상처, 아픔을 사랑하다
강렬한 시어, 열정 돋보여
“새 시작의 디딤돌 됐으면”
시인 신달자(엘리사벳·64·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씨가 열한 번 째 시집 ‘열애’(민음사/124쪽/7000원)를 냈다. 2004년 출간한 ‘오래 말하는 사이’ 이후 3년 만에 내는 작품집으로 모두 64편의 시를 담고 있다.
어느덧 등단 43년을 맞은 중견시인. 그러나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순(耳順)을 넘긴 시인의 노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격정에 차 있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시어들도 눈에 띄는 게, 전작과는 분위기가 완연히 다르다.
표제작 ‘열애’는 남녀 연인들간의 열애가 아닌, 상처와 아픔과의 열애다.
‘손을 베었다 /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 잘 되었다 /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중략)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열애’ 부분)
64편의 이번 신작들은 유독 몸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 몸에는 시인이 지나 온 삶의 무게가 생채기로 남아 있다.
‘내 등에 세상의 바다가 다 올려져 있더군(등 푸른 여자)’, ‘지층에 갖은 장애를 맨가슴으로 문지르며 온몸으로 문지르며(정오의 바늘)’, ‘내가 건너온 강이 손 등위에 다 모여 있다(끈)’, ‘손끝에 발가락 끝에 물집이 생겼다. 내 생의 화두에 동참하는 고통의 꽃(물집)’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몸을 빌려 인생의 상처를 드러낸 시인은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지며 화해를 시도한다.
‘자기 손으로 자기 몸을 쓸어 내리는 것을 / 자위행위라고 말합니다만 / 나의 손은 나의 어머니입니다 (중략) 내 손은 /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랑으로 / 속옷에서 코트까지 차례대로 입혀주시고 / 내 아픈 어깨를 쾅쾅 두드려 줍니다 / 내 손은 내 어머니의 부활입니다’ (‘손’ )
자서(自序)에서 시인은 “때로는 시를 놓아버릴까 하는 심각한 좌절도 경험했다”면서 “이 시집이 다시 새로운 시작(始作)의 디딤돌이 되기 바란다”고 적었다.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신달자 시인은 숙명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 지에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봉헌문자(奉獻文字)’ 등 11권의 시집을 냈으며, ‘백치애인’과 ‘물위를 걷는 여자’ 등 다수의 수필집이 있다. 1989년 대한민국문학상, 2001년 시와시학상, 2004년 한국시인협회상, 2007년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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