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272쪽/9500원
진솔한 신앙고백 담아
상처와 분노를 사랑과 용서로
‘유대철 소년의 순교는 저를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열 세 살의 어린 나이에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다가 결국은 옥졸의 손에 목 졸려 죽은 그분을 영원한 사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믿음의 시작’ 중에서)
‘야생초 편지’로 유명한 생태운동가 황대권(대철 베드로 51)씨가 신앙을 갖게 된 동기다.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간 감옥에서 살았던 그는 “자기가 그토록 믿었던 자기 자신으로부터 배반당하고 결국 믿을 수 없는 자신을 버리고 절대적인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한 번 믿어 볼까’가 아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만난 하느님은 그에게 전부가 됐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 앞에 유대철 성인의 세례명 ‘베드로’의 순 우리말 ‘바우’를 붙였다.
황대권씨가 최근 자신의 세 번째 저서 ‘바우올림’(시골생활/272쪽/9500원)을 펴냈다. 황씨가 감옥에서 10년간이나 편지로 교류를 나눴던 ‘디냐 자매’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진솔한 편지에는 사람의 진심이 묻어나는 법이다. 채 한 평이 안 되는 독방 속 수감자의 편지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책 곳곳에는 황씨가 가톨릭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서부터 행동하는 신앙인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 진리에 대한 고민, 재소자들의 신앙생활 모습 등 그의 신앙 고백이 절절히 녹아있다.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와 분노를 신앙 안에서 사랑과 용서로 치유해가는 과정이 우릿하다.
책에는 황씨가 암에 걸린 디냐 자매를 위해 의학 서적들을 독파한 뒤 써내려 간 건강 메시지와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적 사색들도 함께 실렸다. 늘 ‘감동’과 ‘지식’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전해온 지은이의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는 추천의 글에서 “황대권의 신앙의 언어들은 옥뜰의 야생초처럼 처연히 아름답고, 깊은 우물에서 갓 길어 올린 생수와도 같이 힘 있고 정갈하다”고, 방송인 고두심씨는 “다 허물어진 돌담 틈에서 예쁘게 피어난 봉숭아를 본 기분”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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