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이 덥혀진 시 세상에 보내고 싶었다”
면류관, 잠언 등 가톨릭적 세계관 담은 시 다수 수록
“상처, 아픔, 외로움 겪는 이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
“나이 먹고 늙는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픔이 순하게 사라지고, 젊은 날의 불면도 사라졌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도 삶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이래서 나이 먹는 것도 ‘하느님의 은총’인가 봅니다”
올해 팔순을 맞은 한국 문단의 원로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이 3년 만에 자신의 16번째 시집 ‘귀중한 오늘’(시학/167쪽/1만원)을 펴냈다.
지난 8월 ‘2007 만해축전’에서 제11회 만해대상 문학부문상을 수상한 바로 그 시집이다.
70편의 신작시가 실린 이번 시집의 제목은 ‘귀중한 시간이 삶 안에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드린다’는 시인이 얼마 남지 않은 삶에 대한 절실함을 담아 지은 것이다.
등단한 지 60년에 가깝지만, 시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치열하다. 다만 예전보다는 사랑과 화해, 진실과 구원의 문제 등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감정이 폭발하거나, 절망에 울부짖는 시는 찾아볼 수 없다.
삶에 대한 허무주의를 함부로 드러내거나, 초월적 위안의 세계에도 쉽사리 투항하지 않는다.
‘따뜻하게 덥혀진 시를 세상에 보내고 싶었다’는 시인은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적 세계관에 입각한 ‘희망과 구원’의 시학에 걸맞게 이번 시집에도 신앙시 여러 편이 실렸다. ‘면류관’, ‘느슨한 기도’, ‘잠언’, ‘평화’, ‘떠나는 이를 위하여’ 등이다.
‘가시나무의 가시 많은 가지를 / 머리 둘레 크기로 둥글게 말아 / 하느님의 머리에 사람이 두 손으로 씌워드린 / 가시면류관 / 너희가 준 것은 무엇이든 거절치 않노라고 / 이천 년 오늘까지 하느님께선 / 그 관을 쓰고 계신다.’ (‘면류관’ 전문)
김남조 시인은 ‘새 시집을 펴내며’에서 “그간의 흘려보낸 삶 동안에 서서히 삶과의 친숙에 다다랐고, 그 음미에도 맛들여 이제야말로 심도 있게 삶을 좋아하게 됐다”며 “남은 날의 한정된 시간은 ‘삶의 보은’을 위해 더 공들이며 살고 후회의 부분을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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